이유 있는 선택이다. 코로나19에 '극장 개봉'은 무모한 선택 같지만 그 이면에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숨어있다. 류승완 감독과 배우 김윤석 조인성 등의 호흡이 관객들의 구미를 당긴다면, 영화 그 자체는 '극장 개봉'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오롯이 담아낸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배테랑' 베를린' 등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킨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관심을 모아왔다.
영화의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91년으로 대한민국이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북한과 경쟁을 벌이던 때다. 대한민국에서는 한신성 대사(김윤석 분)와 안기부 출신의 정보 요원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분)이, 북한에서는 림용수 대사(허준호 분)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분)이 소말리아에서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던 중 바레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한 시민 시위는 내전으로 번지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대사관은 기본적인 자원부터 타국과의 연락까지 끊긴 채 소말리아에 고립된다.
배우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가 하면 북한은 믿었던 정보원에게 대사관을 침탈당하고, 우호국인 중국 대사관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게 되자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한다. 그렇게 두 국가는 긴장감이 감도는 동행을 시작한다.
'모가디슈'는 여행금지국가인 소말리아 대신 모로코에서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만큼 볼거리는 충분하다. 이색적인 풍경과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뜨거운 태양 빛, 웅장한 음악은 영화의 몰입을 더한다.
작품에 긴장과 재미가 공존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김윤석과 허준호가 눈빛만으로 극을 압도한다면 조인성과 정만식은 티격태격 '케미'로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조인성과 구교환의 대립은 현실감을 더한다.
탈출을 위해 손을 잡은 남북은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다. 정치적 의도를 숨겨놓기 좋은 장치지만 "북한을 단지 하나의 국가로 인식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두 국가의 화합보다 치열한 생존에 초점을 맞춘다.
'모가디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카 체이싱'이다. 그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도시에서 무장한 4대의 차량으로 만든 탈출 레이스는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모가디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카 체이싱'이다. 그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도시에서 무장한 4대의 차량으로 만든 탈출 레이스는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카 체이싱'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그 누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도시에서 무장한 4대의 차량으로 만든 탈출 레이스는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부상자와 사망자가 즐비한 도로 위에서의 거침없는 질주는 인물들의 간절함과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냄과 동시에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존재의 이유를 부여받지 못한 여러 캐릭터들은 의문을 남긴다. 한국 대사관 사무원인 박지은(박경혜 분)은 통역만을, 사무원 조수진(김재화 분)과 한신성 대사의 부인 김명희(김소진 분)는 단지 연민을 드러내는데 그친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왔던 배우들의 인지도와 반비례하는 '비중축소'는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모가디슈'를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천만 감독' 류승완과 배우 김윤석 조인성 등의 호흡,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과 드라마라는 장르로 흥행 공식을 만들었다. 유일한 변수이자 적수인 코로나19라는 상황에 극장 개봉을 택한 '모가디슈'가 올여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관람등급은 15세, 러닝타임은 12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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