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은 싸움이고, 시간은 무대다."
처음 그 사진을 걸었을 때,
나는 그것을 단순한 스포츠의 결정적 순간으로 생각했다.
챔피언이 패자를 내려다보는 장면,
힘의 우열이 명확히 갈린 승부의 기록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그 사진 아래에 적어 두었던 문장—
“생각은 싸움이고 시간은 무대다”—가
이제야 비로소 거대한 맥락을 입고 나에게 되돌아왔다.
그 사진은 승리의 기념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의 구조를 응축한 하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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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전과 응전 ― 리스턴이라는 벽
소니 리스턴은 당시 ‘사람’이라기보다
공포라는 개념에 가까웠다.
누구도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진 벽,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미래처럼 보이는 존재.
토인비의 말대로라면,
리스턴은 알리에게 주어진 가혹한 도전이었다.
안주하는 문명은 멸망하고,
응전하는 문명만이 살아남는다.
알리는 그 벽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정면으로 맞서지도 않았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응전했다.
무거움에 가벼움으로,
폭력에 리듬으로,
공포에 상상력으로.
링 위에 쓰러진 리스턴은
단순한 패자가 아니다.
그는 응전에 실패한 구시대의 권력,
자기 확신에 갇혀 움직이지 못한 질서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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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반·합 ― 모순이 역사를 움직이는 방식
그 장면은 하나의 변증법이다.
• 정(正)
리스턴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질서.
강하고, 무겁고,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세계.
• 반(反)
알리의 도발, 가벼움, 파격, 저항.
“나는 다르게 싸우겠다”는 선언.
• 합(合)
리스턴이 쓰러진 뒤 등장한 새로운 챔피언.
단순한 승자가 아니라,
흑인 인권과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확장된 존재.
그 순간은 한 경기의 종료가 아니라
역사적 문법이 바뀌는 지점이었다.
질서는 무너지고,
도전은 통과의례를 거쳐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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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 나를 증명하는 싸움
단재 신채호는 말했다.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 기록이다.”
링 위는 이 말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알리에게 리스턴은
단순한 상대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알리를 규정하려던 모든 외부의 시선,
“너는 여기까지다”라고 말하던 세계 전체,
즉 거대한 **비아(非我)**였다.
그 비아를 쓰러뜨림으로써
알리는 비로소 ‘챔피언’이 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었다.
그래서 그 사진 아래의 문장은 이렇게 읽힌다.
생각은 싸움이다.
내 생각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편견과 끊임없이 부딪쳐야 하는 투쟁이다.
⸻
시간은 무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시간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 위에 무엇을 올려놓느냐는
오직 개인의 선택이다.
시간은 무대일 뿐이고,
그 무대 위에서 싸울 것인지,
관람석에 남을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래서 이 사진은 묻는다.
지금 이 시간의 무대 위에서,
당신은 어떤 비아와 싸우고 있는가?
타인인가,
제도인가,
시대의 관성인가,
아니면 자기 안의 안주와 두려움인가.
⸻
만두의 객석에서
‘만두의 객석’에 이 사진이 걸려 있다는 사실은
이 공간이 관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누구도 관객으로 머물 수 없다.
모두가 묻는다.
그리고 결국 호출된다.
“당신의 생각은 지금,
싸움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전율을 느낀다면,
이미 당신은 링 위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생각은 더 이상 사유가 아니라
역사가 된다.
⸻만두의 객석,권두안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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