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옆에서..그리고, 박경리의 토지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9.18.2024 22:24:11  |  조회수: 672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겐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947년 11월 '경향신문'발표-



이 시를 읽으면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가 생각난다.



박경리의 집념

토지란 대서사시,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2023/10/01 - 2024/08/04 밤 12시 55분)



작가가 26년에 걸쳐 집필한 것은 난 10개월에 걸쳐서 매일 밤 읽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토지를 읽은 것을 참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는 어느 특정한 사람을 내세워 주인공으로 씌여진 소설이 아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랄 수 있겠다.



주요 등장 인물 63인 모두가 주인공이다.

물론,주요 무대가 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최 참판댁과 소작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 '최서희나 김길상'이 주인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어 보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등장인물 한 명,한 명의 인생을 섬세하게 그렸다. 1897년 동학농민운동부터 1945년 8월15일 조선독립까지 격동의 조선을 관통하며 억세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늘 궁금하고 고민했던 것은 "그럼,작중인물 중에 '나'는 과연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었다.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에서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설명하고 있는데, 즉 이중 인격자들에 관한 심리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인간은 가면을 쓴 채로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남에게 감추려는 그림자라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감춰 놓은 그림자가 불쑥 튀어 나와  종종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어떻게 시시각각 변하고, 이런 심리는 태생과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아 형성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생을 지탱하는 것은 놀랍게도 원초적으로 타고난 질긴 생명력과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소설이다.



더욱 더,이 소설 토지를 불가사의하게 보는 이유는 소설의 시작은 1897년 음력 8월15일,한가위(추석)였고,소설의 마지막은 1945년 양력 8월15(대한독립),작가가 토지의 집필을 끝낸 것도 1994년 양력 8월15일이었다. 소설의 시작과 마지막의 날짜를 의도적으로 맞출 수는 있지만,글쓰기의 ‘끝’도 8월 15일 그 날짜에 맞추기는 힘들지 않았을까..생각해 본다.



박경리 작가의 집념으로 토지를 집필한 것도 결국 '노오란 국화꽃'을 피운 것으로 나는 본다.

물론,

국화꽃이나 인간의 일생은  모두 집념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알아 챈

서정주 시인이 느끼고 시를 썼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국화 옆에서는 바로 인생을 노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봄에 한을 품은 소쩍새가 울었다는 것은 탄생을 의미한다.

여름에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그렇게 울었다는 것은 성장통을 의미하고

그 시기에는 그립고, 아쉽고, 가슴을 조이면서 사랑하고 도전하면서

방황을 하지만, 때가 되면 혼란스러운 방황을 마치고 성숙해지는 인간과 같이

가을이 오면  식물들의 잎을 떨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안정을 찾아 겨울나기를 위해 분주하지만,

국화는

 모든 식물들의 꽃잎이 떨어지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노오란 꽃잎을 피워

은은한 향기를 마지막으로 온 천지에 뿌리는 것이다.

인생도

그렇게  마지막에는 유유자적한 삶을 꿈꾸는 것이라고 작가는 시로써 표현을 한 것이리라



여기에 사족(蛇足)을 붙이자면,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



'하늘은 녹(능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키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나 이름 없는 풀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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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3달 전  

    국화는 사군자 중에 하나입니다.

    매화 (봄) 난초(여름)  국 화(가을) 죽(대나무-겨울)
    매화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곷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절개와 인내를 상징합니다.
    난초는 여름의 맑고 깨끗한 기운을 담고 있으며, 고결한 향기와 우아한 모습으로 겸손과 정결을 상징합니다.
    국화는  가을의 풍성함과 깊이를 나타내며, 늦가을까지도 꽃을 피우는 특성으로 인해 지조와 충성을 상징합니다.
    대나무는 겨울의 강인함을 상징하며, 푸른 잎을 잃지 않고 곧게 자라나는 모습으로 대쪽같은 청렴결백과 , 강인함을 나타냅니다.

  • 한마당  3달 전  

    사군자는 동양의 철학적 사상과 미학을 깊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매화,난초,국화, 대나무는 각각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도덕적 이상을 동시에 담아내며, 예술과 철학이 결합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사군자는 동양화의 중요한 소재로서,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며, 시문과 그림 속에서 군자의 덕목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됩니다.

  • 한마당  3달 전  

    사군자(四君子)는 한자문화권에서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네 가지의 식물을 일컫는 개념이다. 각 한자를 따서 매란국죽(梅蘭菊竹)이라고도 부른다.

    많은 꽃과 여러 식물 들중에 이들을 선택해서 학식과 인품, 덕이 높은 사람에 비유하여 '군자'라 불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네 가지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높이 산 까닭도 있지만, 각각 높은 기상과 품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군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었던 유교사회에서는 어떠한 고난과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사군자가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즉 사군자를 통해 변함없는 신념과 굽히지 않는 마음을 나타내고자 하였으며, 고아하고 탈속한 경지를 추구하고자 했기에, 많은 시조와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중 하나 이기도 하다.

    대만의 지폐 권종당 하나씩 들어가 있다. 100위안 지폐에 매화, 200위안에 난초, 500위안에 대나무, 1000위안에 국화가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