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7.06.2023 08:00:04  |  조회수: 712
정중히 모셔 왔습니다.

오염물질 1kg을 1천배 희석해서 1톤을 방류하나, 1만배 희석해서 10톤을 방류하나, 원래 있던 1kg의 오염물질 총량은 같다. '희석해서 방출한다'는 말은 말장난일 뿐, 자연계에 더해지는 오염물질의 총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4000여종이 넘는 다양한 방사성 핵종에서 겨우 60여종을 부각해서 '충분히 걸렀다'고 언론플레이하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말을 '과학적'이라고 싸고 도는 것은 과학을 모욕하는 짓이다.

고대 로마에서 수로를 만들때 물이 새는 것을 막으려고 납으로 땜질하고 성과에 기뻐한 결과는 주민들의 광범위한 납중독이었다. 상류층일 수록 납중독이 더 심했는데,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은 욕심에 아예 납으로 만든 파이프를 썼기 때문이다. 수로를 만드는 사람이든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든 납중독의 위험성을 아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런 조치가 가능했던 것이고, 만약 납중독의 심각한 피해를 알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사성 오염수를 마신다는 말의 의미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방사성 물질이 끼어들어가 체내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방사선을 뿜어내는 오염 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발생하는 내부피폭의 위험성은 이미 학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폭넓게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것은 방사능에 의한 직접피해일 뿐이고, 간접피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연구조차 충분히 되지 않았다. 방사능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한지 겨우 100여년이 지났을 뿐이고, 방사선을 발견한지도 200년이 안됐을 정도로 시간이 짧은 탓이다.

뻔히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말을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자들은 고대 로마의 납중독 피해와 같은 인류의 흑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멍청이들이거나,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시민들 모두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환경테러리스트들이다. 그 주장을 하는 자들은 그들이 쓰고있는 감투가 어떻든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기준으로 대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이른바 '후쿠시마 괴담'에 대해 일반인들도 알기 쉽도록 잘 정리한 전문가의 글이 있어서 전문 인용한다.
* * * * *
후쿠시마 괴담을 유포하면서
백도명 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기준치의 100배를 넘는 물고기가 잡혀 소위 ‘세슘우럭’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슘으로 범벅이 된 물고기는 단순히 표층해수만을 들이마시게 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슘새우’ 세슘플랑크톤‘ 등 먹이사슬의 문제입니다.
세슘은 물고기가 클수록 그리고 잡식성일수록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면서 그 농도가 높아집니다. 세슘 우럭이 발견된다면, 우럭이 잡아먹는 작은 물고기,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더 작은 플랑크톤 등이 세슘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렇게 연결된 환경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서식처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으로 연결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DDT 살충제를 쓰니까 치사량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철새들이 줄어들더라, 이게 먹이사슬을 통해 생체 축적되는 DDT가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면서, 농도만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긴 변화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건 이후 한국 해안의 표층해수 세슘 농도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저침전물, 특히 동해안 해저침전물 세슘 농도가 지난 2011년 최고 농도로 올라갔습니다. 201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다시 예전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침전물과 함께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문제는 찾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듯, 근거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Absence of evidence is not the evidence of absence).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태계는 많이 망가져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큰 물고기들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파제에 그물을 친다고 플랑크톤이 그 안에만 갖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들이 없어진다면 플랑크톤은 아마 더 많은 수가 더 멀리 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조류의 흐름과 달리, 먹이를 찾아 왔다 갔다 하는 물고기는 일본 앞바다에 있다가 제주도로 출몰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겹쳐진다는데, 서식지와 해류와 먹이와 그리고 물고기 이동이 앞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모릅니다.

결국 이러한 가능성은 이제까지 한평생 잘 사셨던 어른들에게는 상관없더라도 앞으로 아이들과 그 후손들에게는 아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방사선 관리에 justification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영향을 받는 주체들에게 해보다는 이득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라면, 회원만의 입장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justification을 할 수 있는 분이기를 바랍니다.

"오염수 10리터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분들도 여럿 계십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진찰받으러 가면, 임산부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흉부촬영 즉 simple X-ray 도 찍지 않습니다. 찍더라도 배를 가리고 태아에게는 전혀 방사선이 도달하지 않도록 하고 찍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없이 오염수를 마시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방사선 관리의 원칙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optimization의 원칙, 즉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것을 가능한 낮추라는 ALARA의 원칙에 비추어,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유기물과 결합하는 삼중수소는 그냥 삼중수소수보다 그 영향도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체내에 머물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물농축의 가능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지상의 농작물에서 합성되는 유기물질 농축계수보다는 덜 하지만, 바다 생물에서도 광합성을 통한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중수소가 DNA의 구성성분이 되면, 핵분열을 통해 헬륨으로 변환되면서 DNA를 손상시키는데,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를 복제하는 시점이 되면, 손상으로 인한 문제가 복제 과정에 드러나게 됩니다. 세포가 만들어진 후 다시 분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DNA의 여러 곳이 손상되면서 복구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체기관으로서 난소의 난자 DNA에 삼중수소가 사용된다면, 태아시기에 만들어진 난자는 성인이 되어 배란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중간에 멈추었던 세포분열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때까지 축적된 DNA 손상에 따라 난자가 죽어버리거나 태아에 이상이 생기는 생식독성, 유전독성, 소아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잘 알려진 사실들에 근거하여, 아직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검토할 것을 제시할 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의견이 다르다고 싸잡아 괴담이라고 한다면, 문제를 잘 정리해서 최선을 선택하려는 태도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지만,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여러 지점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을 놔두고 그냥 무조건 정부 말만 믿으라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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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10달 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
    https://greennews360.com/chernobyl-disaster/

  • 한마당  10달 전  

    체르노빌보다 더 위험한 후쿠시마
    https://greennews360.com/fukushima-nuclear-disaster/

  • 한마당  10달 전  

    방사능의 안전지대는 없다.
    "사람을 잘 못 뽑아 완장을 채워주면 생기는 일"
    30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물질이 함유된 먹거리가 식탁으로 오르는 것을 환영하는 자들.
     이렇게 무능한 자들에게 완장을 채운 자들이 치뤄야할 미래는 그들과 우리도 아닌 그들과 우리의 후손들이 감내해야할 몫으로 남게 됐다. 과거 월남전에서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참전용사들을 보면서 미국이 너무 몹쓸 짓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됐다. 그것은 월남참전 용사와 베트남 국민들 일부에 한정이 되었지만, 이번에 방류를 결정한 후쿠시마 오염수는 그 대상이 전지구 차원이다. 방류를 시작하면 해양 생태계는 물론이고, 대기 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숨을 쉴 때마다 방사능 오염물질을 먹고,마시게 되는 것이다. 오염된 바닷물은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의하여 대기 중으로 퍼져 '방사능 안전지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