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폼(品格-품격)과 향기(香氣)가 나야 한다."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1.06.2023 15:16:43  |  조회수: 932
풀(草)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 김수영-

**향기가 되는 상처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비명'을 지르거나 욕을 하거나 화를 낸다.
분노하고 고함지르고 보복하려 하고 때로는 좌절한다.
그러나 풀은 '상처'를 받았을 때 "향기"(香氣)를 내뿜는다.
그 "향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쓰러지고 비에 젖고 찬서리에 떨어야 한다.

땅 밑까지 휘어지고 흙탕물에 젖어도 꺾이지 않아야 한다.
보살펴주는 이 없는 거친 들판에서 억센 발에 짓밟혀도 새로이 솟구쳐야 한다.
고통과 시련에 굴하지 않고 '오해'(誤解)와 억울함에 '변명'(辨明)하지 않고 꿋꿋하고 '의연'하게 다시 제자리로 일어서야 한다.

"풀의 향기"에는 살을 에는 아픔이 숨어 있다.
그러나 풀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게 "향기"로 '미소'(微笑) 지을 뿐이다.
'상처'는 다 아픔과 '독기'(毒氣)가 되는 줄 안다.

그러나 "향기"가 되는 '상처'도 있다.
'상처'가 "향기"가 되면 가슴 저린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상처' 받은 풀이 내뿜는 "향기"는, 상대를 감동시키고 취하게 한다.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 "향기"를 묻혀 준다.
'향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를 찍는 도끼는 원수다.

그럼에도 '향나무'는 자신의 아픔을 뒤로하고, 원수의 몸에 아름다운 "향"(香)을 묻혀준다.
'피아'(彼我)의 구별이나 '원망'(怨望)은 사라지고 "관용과 화해"만 있을 뿐이다.

진짜 '향나무'와 가짜 '향나무'의 '차이'(差異)는 도끼에 찍히는 순간 나타난다.

평소 겉모습은 같아 보이지만 고통과 고난이 닥치면 진짜는 "향기"를 내뿜지만 가짜는 '비명'만 지르고 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재물의 크기가 아니라
내뿜는 "향기"와 '비명'에 따라 그 품격이 결정된다.

내가 세상을 향해 '매연('煤煙)을 뿜어내면 남들만 '상처' 받는 것이 아니라 내 호흡기도 "해"(害)를 입게 된다.
결국은 그 '독기('毒氣)가 나에게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상처'와 '분노'(憤怒)를 "향기"(香氣)로 내뿜어야 나도 향기로워질 수 있다.
깊은 "향"(香), 아름다운 '세상'(世上)은 그렇게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출처: "풀이 받은 상처는 향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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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01.06.2023 15:20:00  

    자연춘래개화  인생개화래춘
    自然春來開花  人生開花來春

    "자연은 봄이 오면 꽃을 피우지만,  인생은 먼저 꽃을 피춰야 봄이 온다."

  • 한마당  01.06.2023 15:31:00  

    난(蘭)

    난초라는 풀의 한자를 풀어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풀 초 (艹 )  문 문( 門 )  동녁 동( 東 )

    동쪽 문(창가)에 놓고 보는 꽃이라는 의미는 난초는 하루에 2시간이상 햇빛에 노출시키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그윽한 향기를  오래 간직한다고 합니다.

    사람도 역시 너무 나대면 품격과 향기를 잃어버립니다.

    한자는 아무렇게 만들어진 글자가 아닙니다. 우리 한글을 못따라 가지만 심오(深奧)한 글자임은 인정해야 합니다.

    奧 깊을 오, 따뜻할 욱
    부수 大 총획 13획
    1. (깊을 오)
    2. 깊다
    3. 깊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