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다 잃고 빼앗긴 것이 아니다.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6.11.2022 10:15:46  |  조회수: 1149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북동 비둘기 너만 그런 신세가 아니구나
우리 역시,국가도 잃고 사람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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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06.11.2022 10:18:00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