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BTS만큼 반가운 김, 이건 좀 아쉽네요

글쓴이: goatcheese  |  등록일: 03.23.2022 11:15:39  |  조회수: 843


"엄마, 우리 반에 케네디란 여자아이가 스낵타임에 김을 먹었어요. 진짜 김이었어요!"
"설마... 잘못 봤겠지."

내가 사는 곳은 미국 지도를 반으로 접었을 때 중간 즈음되는, 바다에서 가장 먼 내륙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내륙의 문화답게 바다 생선, 해조류는 인기 없는 음식인 이곳에서 백인 여자 아이가 김을 먹는다고? 믿기지 않았다. '네가 잘못 봤겠지...' 나의 의심 어린 시선에 아들은 항변했다.

"진짜예요. 김을 어떻게 모를 수 있어요? 나도 너무 놀랐다니까요. 내가 너무 놀래니까 케네디가 씨위드(seaweed)는 더러운 거 아니고 스낵이라고, 맛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보통 서양인들은 김을 잘 먹지 않지만, 최근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김이 저지방 고단백으로 영양소가 높은 음식으로 유행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진짜 그런가 보다. 2000년대 훌쩍 넘긴 세대에도 점심 도시락이나 미국 현지인 초대에 김밥을 피하라 조언하던 곳이었는데, 공립학교에서 김을 보다니... 그런데, 너는 왜 놀랬니?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한다.

"밥이랑 같이 먹어야 하는데, 김만 먹으니까요." 

미국 코스트코에서 한국 김을 발견했던 날

나도 모르게 '심 봤다!' 외쳤다. 스타벅스에서 BTS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더한 감동이 일었다.

대부분 미국 사람들은 종교, 건강 및 알러지 등 다양한 이유로 음식에 보수적인데 바다 음식을 멀리하는 여기서 김을 만나다니, 한국 음식의 세계화가 진짜이긴 했나 보다.

한식의 세계화가 반갑기도 했고, 매상을 높여 주기 위해(그래야 코스트코에서 또 파니까!) 사재기를 했다. 혹시나 싶어 생산지를 확인하니 Made in Korea라고 적혀 있다. 한 세트 더 사자!

김 봉지에 찍힌 예시 그림은 솔직히 영 어색했다. 피자 위에 뿌려진 김 가루와 샐러드 위의 김이라니. 그래도 세계화 전략으로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했다(여태 실제로 하는 사람은 못 봤다).

미국에서 산 김은 보통 한식 상차림에서 맛 볼만한 짭조름한 맛은 아니고 좀 더 달달했지만, 바삭거리는 식감은 아주 훌륭했다.
 
그런데 우리의 김을 'SEAWEED'라고 표현해야만 했을까? 씨위드(seaweed)를 우리말로  옮기면 해초(海草). 우리말에는 바다의 풀이란 느낌이 강하여 건강한 느낌이 있지만, 미국인에게 씨위드(seaweed)는 바다 잡초라는 더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또한 미국에 파는 미역도 씨위드라고 하고, 김 또한 씨위드라고 하는데, 미역과 김은 엄연히 다르지 않는가?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한식 세계화는 제대로 된 이름에서부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선, 음식 자체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름을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 먹거리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이름, 고유 명사 자체를 알려야 한다.

김은 씨위드(해초) 종류의 하나이지, 씨위드가 김의 이름이 될 수 없다. 김치를 'Kimchi'라고 부르지, 소금에 절인 배추(Pickled napa cabbage)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김 또한 'Kim'이라고 불러야지 구운 해초(Roasted seaweed)라고 부르면 맞지 않다.
 
물론 영어 표기법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김치 Kimchi를 gimchi라고 적지 않는 것처럼 우리 먹거리의 영어 이름 표기를 통일화해서 보급해야 한다.
 
물론, 외국 사람들이 발음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글보다 더 어려운 다른 나라 식재료 또한 그 이름을 발음하며 구입한다. 이름이 어려운 게 문제가 아니라 대중화된, 그리고 통일된 이름이 없는 게 문제다.

물론 표기법을 쉽게 해서 해외 소비자가 익숙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를 테면 미국에서 고추장을 판매하는 어느 회사는 고추장(Gochujang)이 아니라. 고.추.장.(Go.Chu.Jang)이라 한 글자씩 띄어서 표기한다. 또, 매운맛 나는 소스(Hot pepper paste)라고 더불어 설명했다. 한식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훌륭한 전략이었다.

캘리포니아 롤과 김밥을 거부감 없이 먹었던 지인 레이첼이 집에 놀러 왔다. 그녀는 스시나 캘리포니아 롤에 들어가는 김을 코스트코에서 발견했다고 흥분하며 말했는데 그 명칭을 정확히 대지 못 했다. 답답한 마음에 코스트코 김을 꺼내 보여주니, 레이첼이 무척 반가워한다.

"오우~ 노리! 이게 코스트코에 있다고? 나 이거 좋아해."
"노리? 노노노! 이건 김이야, 김! 김! 김!"

열심히 김을 설명했지만, 포장지 어디에도 김은 없고 씨위드라고 적혀 있으니 모를 수밖에.

김의 종주국은 한국이라고 배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이 씨위드가 아닌 고유명사 김으로 불리게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 먹거리를 자기의 전통 음식이라고 우기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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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Pokarisweat  3달 전  

    그러게요 왜 그런 생각들을 못하는지..
    김이라고 김 이사람들아~~

  • Mr.USA  3달 전  

    한참을 웃었네 ㅋㅋ
    식당마다 Korean Barbeque는 머라고 해야 하나요?
    참...  ㅋㅋ  아~  꼰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