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를 양아치라 부른다

글쓴이: 한마당  |  등록일: 06.02.2022 17:56:57  |  조회수: 2121
조수불망비/새는 갇혀 있어도 날 것을 잊지 않고,
鳥囚不忘飛

마계상념치/말은 매여 있어도 항상 달릴 것을 생각한다.
馬繫常念馳



92 장마, 종로에서 - 정태춘.박은옥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마리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서울 하늘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워, 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길도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높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훠얼, 훠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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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한마당  06.03.2022 05:47:00  

    다시 새벽 첫차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 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https://www.youtube.com/watch?v=5fnIwsKlx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