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마녀사냥 전말기
상판대기는 번듯한 박쥐새끼 서너 마리가 열어젖힌, 마녀사냥 극의 막이 오른 지 3개월.... 지난 주 토요일은 더러운 것들을 덮어 주려는 듯 하얗게 눈이 내렸다.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다가, 막간을 이용해서 촛불집회 쪽을 가보기로 했다.
정상적인 뉴스 통로가 막힌 상태에서, 진실을 알기 위해선 현장 확인이 필수다.
오후 4시반, 경찰버스가 양 진영
(이미 전쟁이 되었오니) 의
충돌을 막겠다고 둘러 친 차벽
을 피해, 뒷길로 광화문 광장에 들어섰다.
비겁하지만, 태극기는 말아서 품에 넣었다.
흰 눈은 분분히 내리고, 거기 때 묻은 천막촌으로 형성된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털 뽑힌 닭 모가지를 틀어잡아 올린, 백색 악마의 손아귀.... 닭 몸통에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라고 먹으로 써넣은 대형조형물이 확 닥아 온다.
커다란 모가지 형상의 공이 아무렇게나 뒹굴려져 “재벌해체”란 경(黥)을 이마에 치고 슬픈 눈을 하고 있다.
도망치듯 서둘러 돋움발로 피해 천막 뒤로 들어서자, 음험한 기운이 켜켜이 쌓인 땅에 비스듬히 내리 꽂힌 대형 면도날, Blacklist란 글이 새겨진 시퍼런 날 옆에 밧줄로 꽁꽁 묶인
재벌총수 부부 흉상, 부인 얼굴에선 검은 피가 철철 흘러내린다.
오싹해진다. 늙은 마음이 찬바람 맞은
문풍지처럼 파르르 떨린다.
아! 여기는 이미 대한민국이 아니다. 해방구, 아니 붉은 마귀의 점령구인가 보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무섭기만 해 오는 것이어서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 나오는데,
<세월호> 분향소 천막 속에 중 서넛이 짐짓 심각한 얼굴로 목탁을 쳐대고, 노란리본이 원혼을 부르며 여기저기서 눈발에 날린다.
이 무슨 암울하게 가라앉은 음습한 공기인가?
한 바퀴 돌아 나오다 보니, “이석기 석방하라” 는 애드벌룬이 두 개, 눈 내리는 회색 하늘에 부적처럼 떠돌고, 그 아래엔 대통령의 반신을 밧줄로 꽁꽁 동여맨 다음, 대형 주사기를 경동맥에 꽂아 넣은 끔직한 조형물이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가지마! 날 두고 가지마! 하고....
이쯤에선 무서움 대신 차가운 분노가 서서히 치밀어 오른다.
얼어붙은 내 눈 자위로 함박눈이 스며들었는가? 눈(雪)물인지 눈물인지 모를게 한 두 방울 비어져 나와 볼에 패인 주름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나 금시 분노는 비겁하게 잦아들고, 어김없이 찾아드는 무력감.....
종종걸음으로 퇴각하는 길에 지하도 밑을 내려다보니, 아이들 여남은
놈이 벽에다 돌공을 던져대며 낄낄거리는데, 그 벽에는 순한 눈매의 삼성 부회장 얼굴이 붙여져 있다.
아! 여기가 내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 광화문 이란말인가? 여기 밤이 내리면 저주의 촛불을 손에 켜든 얼치기 붉은 좀비들이 스멀스멀 모여든단 말인가?
여기가 민심이 표출되었다던 그 촛불집회의 심장부란 말이지?
이 증오와 저주,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인민의 잔인한 폭력이 낮게 깔려, 음습하고 오싹한 기운이 넘실대는 여기가 민심의 현장이란 말이냐?
이놈들아!!
모든 범죄나 역사가 흐르는 길목에는 “현장”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팩트를 토대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그 언론이란 것들이나,
제 죄업 보다는 남의 죄를 들고 파서 단죄하는 검찰, 법원이란 것들은
반드시 현장을 확인한 연후에 그 일들을 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현장환원 의식" 이라 한다.
너희들! 현장환원 의식을 갖고 여기 한번 와보기나 했는가?
기자 놈들이야 갈 데가 뻔하니 수 백 번도 더 와 봤겠지! 사진도 찍어
댔겠지! 헌데 왜 나는 신문이나 TV에서 한 번도 보질 못했는가?
이놈들! 그걸 숨기고 가렸는가? 그러고도 촛불이 민심이니, 촛불에
타죽느니 씨부렸느냐? 그러고도 너희들이 기자라는, 언론이라는 그 찬란한 단어를 네 이름 앞에 달 수 있는가?
역사의 심판을 기다릴 것도 없이, 너희들 이제 곧 천벌을 면치 못하리라!
정치한다는 자들! 대권 주자라는 자들!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던 것들!
현장 확인 한 번도 않고 촛불이 민심이라는 말에 깨춤들을 추고,
목숨을 걸고 수성해야할 놈들은
오줌을 지리고 그리도 빨리 도망쳤느냐? 그러고도 너희들 감히 이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댈 수가 있는가?
판검사라는 자들! 특검이라는 자들! 당신들 이 참혹한 현장 답사를
한번이나 해보고 나서 그렇게 독하게들 나오는 거요 지금?
헌재 재판관님들!
내 관절염에 시려오는 무릎 꿇고 간절히 바라오니 제발 내일이라도
미복하사옵고, 여기 한번이라도 들려주옵소서!
그나마 당신들은 이 한 많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요? 와서 직접 보고 아프게 느낀 다음에 결정해야 할 거외다!
촛불 집회 현장을 보고나서 시간이 되면, 태극기 집회 현장도 들렀다
가시오들.
직접 몸으로 현장에 떠도는 분위기와 집회 참가자들의 단심을 읽고
가야하오 꼭!
그렇게 하지 않고,
“촛불이 민심”이라는 언론 조작에 홀려 섣부른 판단을 하신다면,
헌재 역시, 잘 짜여 진 마녀사냥 극의 마지막 장면, 종치기 꼭두각시로
그 역할을 끝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닥아 올 우리 모두의 미래 앞에,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 앞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거외다!
2017. 1. 24 손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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