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벗에게서 조차 편지 한 장 없어 외롭고 쓸쓸한
늙은 이 몸은 외로운 배에 실려 '그저' 갈 뿐이로구나"
<늙어간다는 것.>
내가 몸담고 있는 요양원 뒷편엔, 어르신들이 쓰고 버린 폐품집하장에는, 하루에도 엄청난양의 폐품들이 수북히 쌓인다. 쓰고버린 폐품들은 활용가치가 다해서 폐기된 것들이다. 재활용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게될 것들이다. 인생도 이땅에서 쓸모를 다하게 되면, 용도페기된 폐품처럼, 인생의 무대에서 대자연의 순환을 따라, 생로병사의 길을 가게된다.
요양원은 일반사회에서 용도폐기 되어,잠시 폐기물 집하장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봄,여름, 가을,겨울바람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젊었거나 늙었거나 겉 모습만 다를 뿐, 내가 원초의 나 그대로일 뿐이지, 늙었다고, 병들었다고, 그래서 요양원에 와 있다고, 내가 아닌 것이 아니라 본래의 나다. 나는 아무리 굴곡진 세월을 걸어 왔을지라도, 늙은 이 나이까지 용케도 잘 살아 온 것이다.
나는 6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봄, 여름, 갈, 세 계절을 요양원 터밭에서, 내가 심어 자라고 있는 작물들이 자라 과실을 맺는 것을 보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가 좀 힘들 뿐이지, 가꾸고 있는 농작물들을 수발드는 일이야, 20여년 노인들과 함께 살아 온 노하우가 있어서 그다지 힘들 것도 없다.
노인과 농작물, 굳이 다른 것을 찾자면, 어르신들을 가까이하면 찌린내가 나지만, 농작물들은 풋풋하고 싱그런 향이 난다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사람들의 입엔 풋풋하고 싱싱한 것들만 입안으로 들어 가는데도, 몸밖으로 나오는 것은, 냄새도 격한 똥 오줌이지만, 사람이나 가축들이 배설한 퇴비를 먹고 자란 식물들은, 하나같이 싱그럽고 풋풋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자연의 순환과 정화가, 얼마나 신기하고 경이로운가!
지나고 보면 모두 다 먹고, 입고, 기거동작하는 것 등, 주어진 유한한 젊은 날들을, 세상이 주는 無常한 것들에 홀려, 세월이 화살 같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숨가쁘게 살다가 어느 날 세파에 지쳐, 이제 늙어 상전이 된 내 몸둥이를 수발을 들고 있는 나를 본다.
서산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기우는 석양처럼, 이제 조금 남은 천금같은 세월이, 시위 떠난 살처럼 날아간다. 그 누구가 개똥밭에 딩굴어 도 이승이 좋다 했능가! 몸 늙고 병든 몸 추스리기도 버거운데,내게 말년의 벗이 될만한게 뭐가 있을까?
정신이 아직 맑으면,스치고 지나가는 단상들을, 글로 쓰는 재미에 빠져볼까? 아직 두 다리를 움직일만 하거든, 방안에서 워커를 끌고라도 땀 날때까지걷자. 걷는게 약보다 억수로좋다.
건강이 나의 유일한 지킴이요, 열 자식 보다 허얼 낫다. 효도의 개념조차 잃어버린 지금, 늙어 자식 많은게 복이랄 수 있을까?
예전 내가 무의탁양로원 할 때, 열 아들을 둔 할머니가,
큰 아들 손에 이끌려 와서, 마지막 노년을 내곁에서 살다 가셨으니, 어찌 보면, 남인 내가 열 아들보다 허얼 나았지 싶다.
차라리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치매노인들처럼, 세월이 가는 줄도, 자식이 오고 간 줄도 모르고, 아련한 보고픔도, 애정도, 그리움도, 망각속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그저 하루 세끼 주는 밥과, 소꿉놀이가 유일한 낙이라.
자녀가 있은 들 무엇하랴! 얼마전에도 할아범 한분이 별세 직전에 놓여, 지방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했더니, 코로나 땜에 못가니, 요양원에서 알아서 화장해 달란다. 이처럼 몸이 병들어 짐덩이가 되면, 병든 몸 머물 곳이 없어, 여기까지 와서 구차한 몸이, 자식 아닌 남의 사람 손에, 산천에 뿌려지는 것을!
인생의 종착지인 이곳에 오기까지, 참 먼 길을 돌고 돌아, 똥 오줌도 못가리는 늙은 아이가 되어 왔다! 늙은이들은 많이 있는데, 맘을 나눌만한 늙은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귀가 먹어서,치매가 있어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 그들 속에 아직 정신줄이 살아 있는 나는, 아직은 천만다행이다!
치매로 모든 것을 잃고 사는 이가 차라리 부럽다. 세상사 모든 염려를 다 잊고 사니, 얼마나 편하랴! 허지만 비록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아직 정신줄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리라!
머잖아 먼길을 떠나가는 마당에 야속함도,미련도, 그리움도, 이생의 추억도, 삶속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홀가분하다. 모진 비바람 지난후의 의암호수처럼, 마음 또한 잔잔하다. 어쩌면 황혼녘에 들어선 늙은이들에게 부득 불 닥쳐올 현실 아닌가?
어느덧 팔순이 가까이 온 나는, 때론 한주간이 하루 같다.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세월마저 인정머리 없이 달음박질한다. 코로나 때문인가, 기억이 쇠미해져서인가, 아직 살아 있는 이들의 문안도 뜸하다 이럴 땐 영락없는 고독한 늙은이가 된다.
너 늙어봤냐? 늙어 봐야 늙은이 맘을 알수 있으리라! 영원한 생명의 빛은, 인생의 밤이 아주 깊어진 바로 그 순간에, 찬란한 빛을 토한다.
이 땅위에 험한 길 가는 동안 참된 평화가 어디있나
우리 모두 다 예수를 친구를 친구 삼아
참된 평화를 누리겠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종그니가-
** 이 글은 춘천에 소재한 ‘행복이 가득한집’이라는 요양원 원장이신 김종근 목사님의 글입니다. 지인으로부터 받았는데 글이 제게 아주 입체적으로 와 닿아서 ‘종교적 관점’을 초월해서 이 글을 나누려고 합니다. -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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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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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roved05.30.2021 21:37:00
꽤나 긴글이 였지만 감동하며 끝 까지 잘읽었 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여서 인지 내용에 공감도 돼고 내가 느끼며 살아가는 현실 도 크게 다르지않다고 느꼈습니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고맙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