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페가수스'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방어할 무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편지로 소통(서신왕래)'하는 방법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최고 보안이라던 아이폰도 '페가수스'엔 속수무책… "누구나 감시될 수 있어" 입력 2021.07.20 19:30
34대 아이폰 중 23대서 감염 징후 포착
WP "아이폰도 페가수스의 적수 못된다"
민간상업용 스파이웨어 규제 목소리 커져
아이폰에 페이스북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깔려 있다. 아이폰은 그간 높은 보안성을 자랑했지만, 최근 이스라엘 민간 보안업체가 만든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이를 뚫고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등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철통 보안’으로 명성이 높은 애플 아이폰도 ‘페가수스’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 민간 보안업체가 만든 이 스파이웨어(해킹용 프로그램)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지구상에 해킹 안전지대란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지금까진 언론인과 반(反)정부 인사, 정치인 등이 주요 타깃이었지만, 일반인도 휴대폰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수 있는 셈이다. “누구도 감시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얘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기업 NSO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아이폰 보안마저 뚫고 개인정보를 빼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 프로그램이 불법 감시 목적으로 악용됐을 가능성을 폭로한 데 이은 후속 보도다.
페가수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5만 개 가운데 67개 번호의 휴대폰을 정밀 조사한 결과, 최소 37대가 표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2%(34대)는 아이폰이었다. 23대에서는 감염 징후가, 11대에서는 침투 시도 흔적이 각각 포착됐다. 아이폰에 내장된 메신저 ‘아이메시지’가 사용자 승인 절차를 건너뛰고 낯선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받으면서 해킹 공격 통로로 이용됐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모로코에 수감 중인 서(西)사하라(아프리카 북서부의 미승인 국가) 독립운동가 나마 아스파리의 아내 클로드 망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가 사용하던 아이폰11과 아이폰6s 모두 감염됐는데도 별도 경고 메시지는 울리지 않았다. 애플이 자랑해 온 높은 수준의 보안, 개인정보 보호가 페가수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WP는 “많은 광고에도 불구, 아이폰 보안은 NSO 스파이웨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암호화 기법으로는 페가수스의 해킹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을 담당한 연구원은 “페가수스를 보면 흑사병을 마주한 14세기 의사처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평범한 사람들도 안심은 금물이다. 대부분이 휴대폰을 쓰는 만큼, 해커의 표적이 되는 순간 일상은 낱낱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법기관은 영장을 발부받아 감시나 수사 활동을 하는 반면, 스파이웨어는 이런 절차를 생략하는 탓에 불법 감시망의 희생양이 무더기 발생할 수 있다. 대나 잉글턴 국제앰네스티 부국장은 “모든 사람이 위험에 처하게 된 셈”이라며 “애플 같은 대기업조차 눈앞의 대규모 사찰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민간 업체의 상업용 스파이웨어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감시 기술의 판매·이전·사용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 및 감독, 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미국 정부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스파이웨어 거래에 대한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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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핵무기와 같아…상용 금지해야”
유력인사 5만명 번호 유출 사태 관련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 스파이' 됐다”
전세계 5만 유력인사의 스마트폰 데이터가 유출된 스파이웨어 프로그램 ‘페가수스’ 사태와 관련해 과거 미국 정보 당국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세상에 더이상 안전한 휴대전화는 없다”며 “국제사회가 스파이웨어 판매에 대한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다.
앞서 가디언에 따르면 비영리 단체와 언론사 등 국제 컨소시엄이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 그룹이 판매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2016년 한 해 표적으로 삼은 스마트폰 전화번호 5만여 개를 분석한 결과 각국의 정치인ㆍ언론인ㆍ인권운동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휴대전화가 해킹 당한 것이라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목표가 됐을 수 있다고 컨소시엄은 분석했다. 여기엔 2018년 멕시코 대선을 앞두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의 아내, 형제자매 등 최소 50명도 포함됐다.
페가수스는 문자메시지 링크 등을 통해 스마트폰에 침투해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고,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기록 등 휴대전화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내용을 빼간다고 한다. 카메라·마이크 기능도 원격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하나의 아이폰으로 전세계 아이폰 해킹 가능”
스노든은 가디언에 “스파이웨어로 이득을 보는 산업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산업”이라며 “당신이 장관이든, 총리든, 대법관이든 페가수스의 목록에 당신의 전화번호가 있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의 스파이’라고 지칭했다. “스마트폰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로 실행된다”며 “그 말은 하나의 아이폰을 해킹하면 전세계의 아이폰을 해킹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도 했다.
특히 페가수스가 민간 업체가 개발해 판매해왔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에 의한 감청보다 더욱 위험하다고 스노든은 지적했다.
스노든은 “감시 산업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정부가 위장 마이크 등을 구입해 영장을 받아 (대상자의)집이나 자동차, 사무실에 물리적으로 설치를 해야 했다”며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졌다”고 했다.
스노든은 “반면 업체들이 하는 일은 백신을 회피하기 위해 고객별로 다양한 코로나 변종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백신 없이 바이러스만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IT 기술자 출신인 그는 “NSO는 업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수 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도 했다.
“표적 5만명 아니라 5000만명도 될 수 있어”
당초 페가수스는 NSO 그룹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 테러리스트ㆍ범죄 예방 용도로 판매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해킹 피해를 당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민간인과 정치인들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NSO 측은 “검증된 정부 고객에게만, 수출 통제 체제의 규제 하에 판매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민간 업체의 기술력을 도움받아 첩보활동을 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도 스노든은 “많은 폐쇄적인 권위주의 국가들은 기술 개발에 개방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능력으로 무장하기 어렵다”며 “반면 이 서비스를 비용을 주고 사오는 것은 쉽다”고 반박했다.
스노든은 “이 기술의 연구를 중단하라는 게 아니다”며 “국제사회가 상업적인 거래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표적은 (이번에 공개된)5만 명이 아니라 50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묻는 가디언에 그는 “사람들이 핵무기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제적으로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디지털 침입 기술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비영리 단체 ‘포비든 스토리즈’는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 그룹이 판매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로 인해 유출된 5만여 명의 전화번호 명단을 입수했다. 이후 가디언ㆍ르몽드ㆍ워싱턴포스트(WP) 등 전세계 16곳 언론과 리스트를 검증했다.
스노든, 美감청 프로젝트 폭로 후 러시아 망명
미 정부를 상대로 폭로를 했던 스노든은 망명 신청을 해 러시아에 머무르고 있다. IT 기술자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의 시스템 관리자로 일 하다가 2013년 미 정부의 전세계적인 사찰 활동인 ‘프리즘 프로젝트’를 언론에 공개했다.
미국이 적대 국가 뿐 아니라 한국ㆍ프랑스ㆍ독일 등 우방국을 포함한 30여개국에 도ㆍ감청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을 계기로 미 정부와 일부 현지 언론은 그를 “간첩 행위자” 내지는 “유출자”라고 부르지만, 유럽 언론은 그를 “내부 고발자”로 지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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