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아는 강남순 교수님의 페이스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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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리의 제한된 삶의 에너지, 어떻게 쓸 것인가 >
1.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삶의 에너지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언제나 필요하다. 개인이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무엇을 먼저하는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한 사회의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지닌 제한된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하는가는 그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 인간관, 정의·불의, 차별·배제 등의 복합성에 대한 인지 수준 등에 의해 좌우된다.
2.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에 그 제한된 집단적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한 올림픽 선수의 머리 스타일, 출신학교, 그가 단 세월호 배지. 이런 몇 가지 외적 요소가 그에게 ‘페미니스트’라는 ‘증거’가 되어 조리돌림과 사이버 린치를 당하고 있다. 미디어들은 이 폭력적 조리돌림을 비판하기보다, ‘논란’이라는 중성적 개념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그 폭력을 부추긴다. ‘GS 25’ 광고 논란을 다시 상기할 필요조차 없다. 다양한 모습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지독한 왜곡은 한국 사회에서 점차로 그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그동안 20여 개의 나라를 다니며 강연을 해 왔다. 자연스럽게 그 나라에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데 한국처럼 이렇게 페미니즘에 대한 지독한 왜곡된 이해가, 다양한 얼굴의 폭력과 파괴적 에너지로 작동하는 경우를 찾기는 참 어렵다. 한 문제에 누군가가 사소한 조리돌림을 시작하면, 곧바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긍정적 에너지가 아니라, 부정적 에너지는 이렇게 쉽사리 공기처럼 한국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확산된다.
3.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 친척까지 광장으로 몰아 증거도 없는 ‘인민재판’을 하면서, 가족 모두의 삶을 파괴해 온 전 검찰총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벌써 ‘다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러한 폭력적 멘탈리티를 가진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등장하면서, 하루 한도인 25억의 후원금이 모금되었다고 한다. 갖가지 권력형 비리가 그의 주변에 산재해 있는데, 정작 그러한 비리를 제대로 다루는 미디어는 없다. 소위 ‘대선정국’에 들어섰는데, 대선 후보로 나오는 사람 간에 어떠한 미래 한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없고, ‘비본질적인 것’이 ‘본질적인 것’을 대체하고 있다.
4. 한국사회의 집단적 에너지를 이렇게 그릇된 방향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는 개별인들의 삶의 에너지 낭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누군가에 대한 파괴적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즉각적 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인간됨을 파괴한다. 그 집단적 조리돌림의 부당성에 분노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이들은, 그 과정에서 그러한 반사적 대응을 하느라고, 삶의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살아가고 있는 지리적 자리가 어디이든, 이 세계는 모두 상호연결되어 있다.
5. 나는 나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나의 지극히 제한된 삶의 에너지를 쓰기 위해, 나는 어떻게 나의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의 제한된 집단적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미디어, SNS로부터, ‘중심부’로부터 비판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잘 지켜내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도대체 이 삶에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나·우리는 어떠한 가치관을 작동시키면서 살아갈 것인가. 잿빛 하늘의 주말, 암담한 이 사회적 현실을 보면서 가장 근원적인 물음과 다시 조우한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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