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돌 반지 한돈(3.75g) 소매가격은 33만원(부가세 등 포함)에 육박한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포가 예상보다 장기화하자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인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면서 금값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0.4% 오른 7만570원(종가기준)에 거래됐다.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7만원 선을 돌파한 금값은 이날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금값이 가장 저렴했던 3월 5일(6만2300원)과 비교하면 13% 올랐다.
서울 종로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A사장은 “최근 금값이 뛰면서 돌 반지 한돈 가격은 부가세와 세공비를 포함해 32만5000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금값에 영향을 주는 국제 금값도 오름세다. 15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한 달 전(1768.3달러)보다 5.6% 오른 온스당 1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중순(1878.40달러) 이후 다섯 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6.2% 치솟는 등 물가상승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열달 동안 28t 금 팔아”
금값이 오르면서 골드바 같은 실물 금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금제품 제조·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전무는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골드바를 포함한 금 28t을 2조원어치 판매했다”며 “이미 지난해 판매량(23t)을 넘어설 만큼 올해 금 찾는 수요가 꾸준히 많았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금 판매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한국금거래소는 온라인 판매로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780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말(450억원)보다 73% 늘었다. 송 전무는 “요즘 지인 선물용으로 금 한 돈 중량의 미니 골드바나 금수저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소비심리가 회복한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가가 선호하는 1kg짜리 골드바도 불티나게 팔린다. 한국금거래소가 지난달 말까지 금융권에 판매한 골드바는 1040kg에 이른다. 판매액으로 따지면 700억원이 넘는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전통적으로 자산가들은 인플레이션은 물론 증시 조정, 화폐가치 하락 등 각종 불확실성을 대비해 금융 자산의 일부는 금으로 보관한다”고 말했다.
금시장 거래량 한 달 새 38% 증가
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KRX금시장 거래도 늘었다. KRX금시장은 한국거래소가 2014년부터 운영하는 시장으로 주식시장처럼 1g 단위로 금을 사고팔 수 있다. 이달 하루 평균 거래량은 116kg으로 전달(85kg)보다 36% 이상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늘면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돈이 몰리면서 지지부진했던 금값도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금값 상승세 단기 반등에 그칠 것"
그렇다면 금값 오름세는 이어질까.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물가상승 우려로 당분간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각국 중앙은행의 돈줄 죄기(금리 인상)가 시작되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매력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화하면서 금값은 당분간 오를 수 있지만 내년에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상승세가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도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면 금 가격은 하락 압박을 받는다”며 “금값 오름세는 단기 반등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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