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기술 사이 그 어딘가' 패션 업계도 넘보는 애플

등록일: 02.03.2022 16:45:30  |  조회수: 1203
ⓒ Getty Images Bank

애플은 패션을 좋아한다. 필자가 보기에 집요하고 거의 무비판적으로 말이다. 가끔은 애플이 기술보다 패션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라이프스타일 마케팅과 지위 상징, 높은 수익, 정교성 구현, 제품 고급화 등 애플의 슬림라인 노트북이나 스마트 슬링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살펴보면 확실히 그렇다.

애플이 패션에 애착을 가진다는 점은 한동안 기정사실화됐다. 필자는 10년 전, 초기에 애플이 하이패션 아이패드 케이스의 기능을 구현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2015년에 처음 공개된 애플워치 에디션이 화려한 보그(Vogue) 광고에 실리고 무대 사은품으로 사용되면서 패션에 대한 애플의 관심은 더욱 명백히 드러났다.

애플은 제품에 관한 긍정적인 후기를 기사화하는 것보다 광고계와 유명인의 환심을 얻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런 애플의 행보는 많은 사용자를 분개하게 했지만, 이윽고 타당한 움직임으로 인식됐다. 애플워치 에디션은 기본적으로 기술 제품이 아니며, 그렇게 간주되거나 검토되어서는 안 됐기 때문이다. 즉, 논리가 뒤바뀐 것이다.
 

각각 다른 기술과 패션의 논리

기술 검토는 대체로 매우 거래적인 작업이다. 사용자는 제품의 외형과 사용성, 기능을 평가하고 공간 차지 및 비용적 측면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비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의 가치와 가격을 각각 X, Y라고 할 때, X가 Y보다 크면 구매를 권장할 수 있다.

엄격하게 수학적 기준에서 보면, 애플워치 에디션은 형편없는 제품이었다.

가격(Y)은 17,000달러인데 반해 부품이 3~4년 안에 고장 날지도 모르는 구형이라는 점에서 가치(X)가 낮았다.

이런 애플워치가 과연 동일한 부품으로 구성된 500달러어치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보다 기능이 34배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누가 기능은 똑같지만 399달러로 더 저렴한 애플워치보다 34배 더 훌륭하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패션의 논리는 다르다. 여기서는 제품을 평가하는 데 다른 수학 방정식이 사용된다.

제품은 물웅덩이에 젖는 것을 막아주는 부츠나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스카프, 현재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의 역할처럼 기능이 아닌, 무엇을 나타내고 사용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며, 사용자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정의된다. 애플워치 에디션도 이런 이유로 출시된 것이다.

 

비싸면 기능도 좋다는 것은 옛말

순금 애플워치는 오래 전에 단종됐지만 이제 에어팟 맥스, 더 정확하게는 구찌가 최근에 출시한 에어팟 맥스 케이스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에어팟 맥스는 성능 대비, 그리고 성능이 비슷한 경쟁 제품보다도 몇 백 달러 이상 더 비싸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크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고성능 헤드폰이지만, 가격 대비 가치가 확실히 크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구찌의 GG 수프림 캔버스 에어팟 맥스를 보면, 반드시 가격과 가치가 하나의 방정식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은 헤드폰의 2배인 980달러이지만, 그렇다고 스마트 케이스에 없던 기능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많은 사용자가 에어팟 맥스 패키지에서 스마트 케이스의 미지원 기능을 지적했기 때문에, 가격은 비싼 데 반해 기능조차 개선되지 않은 점은 특히 실망스럽다.


스마트 케이스는 헤드폰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메쉬 헤드밴드를 보호하지 못한다. 구찌 케이스 역시 이런 기능이 없다. 스마트 케이스는 마치 괴상한 핸드백과 같으며, 구찌 케이스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봤을 때 구찌 케이스의 유일한 차별점은 가죽 스트랩이 있다는 것이다. 헤드밴드를 손으로 잡지 않아도 되어 마모를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기 케이블의 연결 구멍이 편리한 위치에 있는지 확실히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사용자도 비싼 가격을 기능적 측면에서 정당화하려는 기술 검토자의 오랜 관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개인적으로 외관상 흉측하다고 생각하는 구찌 오피디아(Ophidia) 케이스는 의도적으로 비기능적 수준에서 판매된다. 이런 제품의 목적은 매우 단순해지는 것, 즉 돈 많은 사용자를 노리는 것이다.

구찌는 부유한 사용자를 대상으로 에어팟 맥스 케이스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애플 팬도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에어태그 홀더나 우아한 디자인의 값비싼 애플워치 스트랩, 노트북보다도 비싼 노트북 케이스와 같은 악세서리는 패션 브랜드에서 쉽게 무시될 수 있다.

본래의 범주를 넘어 패션에 무단으로 침범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잘못된 기준으로 이들 제품을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교묘하게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 분기별 결과를 바탕으로 양쪽 모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찌는 하나의 오피디아 케이스만 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구찌가 다른 회사에서 만든 제품의 케이스를 고급스럽게 만들 리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존 스마트 케이스와 다를 것 없이 형편없는 구찌 에어팟 맥스 케이스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구찌 에어팟 맥스 케이스를 구매한 사용자를 멋대로 평가하지도 않을 것이다. 

<출처 :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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