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부작용이 과로··· 원격근무의 '명과 암'

등록일: 05.14.2020 15:05:06  |  조회수: 1233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근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원격근무는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곧 삶의 방식 변화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에는 정서적 불안, 소외감, 고독감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개중에 인지하지 못했던 과로가 문제시되기도 한다. 원격근무를 검토 중이거나 도입하려는 기업이 참고할만한 원격근무의 장단점과 사례 등을 정리했다. 


영국의 컨설팅 회사 머천트 사비(Merchant Savvy)는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원격근무자의 수가 159%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영국 기업의 68%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머천트 사비는 밝혔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기술 부문에 원격근무 직종이 많았다. 전 세계 IT 분야 기업들의 원격근무 직종 비율은 29.2%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근무가 급격하게 증가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원격근무가 차별화된 회사 복지 방안으로 부상한 것도 한 원인이다.

소셜 미디어 관리 플랫폼 버퍼(Buffer)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자의 40%가 유연근무제를 핵심적인 회사 복지 혜택으로 꼽았다. 이 밖에 어디에서든 근무할 수 있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복지 혜택이라고 말한 응답자들도 있었다. 


아동과 노인을 돌보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연근무제를 통해 많은 맞벌이 부모가 풀타임으로 일하면서도 자녀를 등하교시키거나, 자신의 부모를 돌볼 수 있게 됐다.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술 업계는 미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소 75만 명의 디지털 역량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 내에서만 약 200만 명의 경력 단절 여성들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 때문에 잠재적인 인재들을 놓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인력 세대의 등장도 주요한 원인이다. 아직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 인재를 영입하기 힘들 수 있다. 

딜로이트는 밀레니얼 세대의 75%가 본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재택근무 혹은 원격근무를 꼽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글로벌 사무기기 회사 리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직원들의 3분의 1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경우 10%의 급여 삭감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성인 10명 중 한 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현재, 원격근무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버퍼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19%가 원격근무로 인해 외로운 감정을 느끼며, 17%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스트의 CEO 아미르 살리펜디치는 “원격근무는 그냥 근무 형태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것과 달리 원격근무는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이국적인 장소로 떠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그는 “원격근무 시에 고립감, 불안감, 우울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과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소외감과의 싸움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더는 2010년부터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크라이더는 일을 시작하기 20분 전에 일어날 수 있고, 원하는 음악을 크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즐기지만, 10년 동안 집에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 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낼 때가 많고, 가끔 이로 인해 말하는 게 서툴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라며,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디랭귀지나 억양 등 감정을 읽기가 어려워진다”라고 테크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물론 크라이더는 자신이 사회적인 성향의 사람도 아니며 일하지 않더라도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편이지만, “나처럼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도 ‘소외감’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소외감을 해결하고자 가끔 카페에서 업무를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이며, 그가 직접 만나보지 못한 동료들과 소통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크라이더는 “동료들이 화면에 보이는 작은 사진이 아닌 실제 인물이란 것을 인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라며, “그래서 동료들을 직접 만나보려고 노력한다. 워크숍을 통해서나 휴가나 가족 여행에서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는 경우에 말이다. 단 한 번의 점심이라도 실제 동료들을 만나보는 것은 채팅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마릴린 데보니쉬도 20년 동안 원격근무를 해온 경영 컨설턴트다. 그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개방형 사무실 디자인이 집중력을 흩트렸고 교통 혼잡으로 인해 극심한 출퇴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데보니쉬가 원격근무를 하기로 했을 때 타협한 여러 요소가 있었다. 그는 “원격근무지가 사무실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불편함이 있다. 이를테면 서류 사본을 코팅하지 못한다든가 아니면 온라인에서 접근 불가능한 문서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던 것과 급하다면 회의실에 뛰어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그립다고 데보니쉬는 전했다. 이는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원격근무자들에겐 불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크라이더와 데보니쉬 모두 원격근무가 제공하는 자유와 유연성이 이런 부정적 요소들을 상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원격근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상 연결된 업무 문화
프리젠티즘(Presenteeism)이란 누적된 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지만, 단지 출근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회사에 오는 현상을 일컫는다. IT와 같이 압박이 심한 업계에서 프리젠티즘은 아주 현실적이고 또 보편적인 문제다.

티토 PR의 컨설턴트인 한나 톰슨은 과거 사무실에서 일할 당시 이런 현상을 목격한 적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프리젠티즘이 일어나는 이유는 직원들이 항상 사무실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영진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생산성과 복지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슬랙, 줌, 스카이프 포 비즈니스와 같은 기업용 협업 툴은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보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이제 책상에 묶이지 않고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고용주들이 이 새로운 툴들로 인해 직원들과 24시간 내내 연결돼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행용 가방 스타트업 어웨이(Away)의 사례를 다룬 2019년도 더 버지 기사는 이러한 ‘기대’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보도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의 연차가 취소되고 충분히 오래 일하지 않을 경우 초과 근무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슬랙의 가상 동료들 앞에서 대놓고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 한 전 직원은 계속 연락될 수 있었던 탓에 연휴에도 일을 해야 했던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프랑스는 2017년 세계 최초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퇴근 후에 발송되는 이메일을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됐다. 영국 노동당 대표 레베카 롱베일리도 퇴근 시간 이후에 업무 관련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 '24/7 문화' 즉, 항상 연결되는 문화를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원격근무가 ‘항상 연결돼 있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버퍼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가 해결책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22%가 재택근무 시 업무 시간 외에는 직장과의 연결을 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오히려 외로움과 의사소통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데보니쉬는 원격근무의 부작용으로 좀처럼 거론되지 않는 것이 ‘과로’라고 지적했다. 유연근무제는 고용주와 직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따라 원격근로자들이 업무 외에도 ‘TV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과도하게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두에게 적합한 솔루션은 없다 
심리학자이자 마이 온라인 테라피(My Online Therapy)의 공동 창업자인 엘레나 투로니 박사는 원격근무가 모두에게 맞을 순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효율적인지 아니면 문제가 많은지와 관련해 정답은 없다. 그저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며, 서로 다른 심리적 취약성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투로니 박사에 따르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어렵거나 일을 자주 미루는 성격의 사람이 집에서 일하게 되면 자신을 가치 없다고 느끼거나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타인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원격근무로 인해 고독과 소외감을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투로니 박사는 원격근무를 하기 전에 이러한 잠재적 문제들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또한 그는 "나는 상담할 때 삶의 모든 측면을 보고자 한다. 또한 감정적, 정신적 어려움을 어떻게 직시하고, 수용하는지도 본다"라며, "정신적 어려움이 생기는 원인이 원격근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음 단계는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를테면 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 비율을 바꿔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톰슨의 경우 2019년 6월부터 시작한 원격근무가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통근하느라 여유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무엇인가를 시도하기에도 너무 피곤했다”라고 이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게 되면서 친구나 가족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됐고, 반려견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톰슨의 팀은 모두 원격근무자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것이 오히려 모임에서 자신만 빠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포모(FOMO) 증후군을 줄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고립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 톰슨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톰슨은 “만약 사무실로 다시 돌아간다면, 원격근무가 주는 혜택들을 누리지 못해 아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버퍼의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원격근로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언젠가 사무실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보진 않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유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그는 전했다

<출처 : CI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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