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생성형 AI 충격으로 기업은 다른 차원의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했다. 다음 인터뷰 내용으로 전 세계 IT 업계 리더가 2023년 어떤 것을 중시했으며 2024년에는 무엇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지 알아보자.
2023년 전 세계 IT 부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생성형 AI는 그런 변화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물론 많은 기업이 10년 전부터 예측 유지보수 및 공급망 계획 같은 영역에서 AI를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이 다르다.
자연어 기반으로 한 자체 가상 개인 비서(Virtual Personal Assistants, VPA)가 많아지고 있으며, VPA의 수준도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 특수 화학제품 제조업체 알베멀(Albemarle)은 7,000명이 넘는 직원에게 셀프 서비스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VPA를 개발했다.
해당 VPA는 일상 언어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채팅봇을 지원했으며, AI를 활용해 여러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AI에 대한 탄탄한 경험이 있는 CIO들조차 챗GPT의 빠른 도입 속도에 놀라고 있다. 알베멀의 전 최고 정보 및 디지털 혁신 책임자(Chief Information and Digital Transformation Officer)였던 패트릭 톰슨도 그중 한 명이다.
톰슨은 “2022년 11월에 공개된 챗GPT를 보고 전 세계가 놀랐다고 생각한다”라며 “챗GPT로 레거시 시스템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더 생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새로운 AI 덕에 비전문가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처음으로 AI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IT 리더가 ‘코파일럿’ 류의 AI 서비스 및 가상 비서로 AI 가능성을 탐험했다. 코드 작성이나 콘텐츠 제작에도 AI를 활용했다.
글로벌 자산 관리 그룹인 야누스헨더슨(Janus Henderson)의 글로벌 CIO인 크리스 헤링쇼는 “눈앞에서 새로운 글, 오디오, 시각적 콘텐츠를 만드는 챗GPT의 생성 기능은 마법처럼 보였다”라고 표현했다.
유통 및 제약 업체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의 CIO인 닐 샘플은 챗GPT와 다른 LLM이 가져올 일종의 ‘텍스트 혁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샘플은 “이미지, 노래 생성, 비디오 및 기타 미디어 도구의 발전은 놀랍다”라며 “자동 점프 컷 편집과 같이 매우 실용적인 것부터 딥페이크를 이용해 외부인으로 사칭하는 범죄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라며 밝혔다.
샘플은 현재 AI와 관련된 사용 사례를 찾기는 쉽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환각, 설명의 부족, 규제에 대한 불안감 등이 실제 사례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샘플은 “금융 서비스, 의료, 법률 등 일부 주요 업종에서 생성형 AI를 어느 정도 도입했지만, 이는 주로 핵심 비즈니스 사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우선순위 하지만 2023년 CIO의 머릿속에 AI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CIO가 2023년 하이브리드 근무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정했다.
어떤 기업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영구적으로 정착하기로 했으며, 어떤 기업은 아예 재택근무를 완전히 폐지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많은 IT 리더가 업무 정책에서 기업 혁신을 지원해야 했다.
노르웨이 같이 인구가 작은 국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다른 지역에 있는 인재 및 경력자를 재택근무 방식으로 채용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임원 채용 전문 기업인 브릿지AS(Bridg AS)의 창립 파트너인 룬 부세스는 “하지만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로 인해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기대치가 생겼다”라며 “IT 책임자를 포함한 모든 관리자는 인력 분산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도 CIO의 주요 의제였다. 하이브리드 및 멀티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할 경우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사이 또는 서로 다른 클라우드 환경 사이에 발생하는 과도한 데이터 흐름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 소프트웨어 솔루션 제공업체인 이그나이트 테크놀로지(Ignite Technology)의 CTO인 마틴 헐버트는 “IT 리더들은 2023년에 클라우드 환경에 대한 제어권을 되찾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여전히 IT 관리자가 보다 전략적인 조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미국의 임원 전문 헤드헌팅 기업 헬러 서치(Heller Search)의 CEO 마사 헬러는 2023년에 이미 클라우드 지원, 적응성, 복원력을 갖춘 아키텍처를 구축한 CIO는 IT 운영을 주도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가치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헬러는 “이제 CIO의 과제는 데이터 중심 문화를 조성하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고부가가치 데이터 비즈니스 사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국적 통신 기업 텔레노어(Telenor)의 스웨덴 지사는 2023년 계속해서 자산을 클라우드로 이전할 계획이다. 텔레노어 스웨덴(Telenor Sweden)의 CIO 크리스틴 린드마크는 “우리는 현재 약 80%의 IT 애플리케이션을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사용하고 있다”라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 속도와 전반적인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인시던트 수준이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2023년 초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린(Green) IT는 AI로 인해 다소 묻혔다. 다만 이에 대한 준비를 한 기업도 많았다. 헤링쇼는 “많은 리더들이 수년간 그린 IT를 실천해 왔지만, 2023년 본격적으로 이를 측정하고 정량화하여 보고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직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을 설명하는 스콥(Scope 3) 보고는 2024년에 의무화될 예정이므로 관련 준비 작업을 2023년에 완료해야 했다. 많은 기업에서 IT는 비용을 지출하는 부서이기에 관련 작업의 대부분은 CIO의 몫이었다.
새로운 기술로 만드는 새로운 솔루션 2023년은 새로운 솔루션의 해이기도 했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Procter & Gamble)은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위해 ‘챗PG(chatPG)’라는 자체 LLM를 활용한 챗봇을 출시했다.
P&G의 CIO인 비토리오 크레텔라는 “통합 메시징 및 화상 회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팬데믹 초기에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P&G 직원은 챗PG를 활용했다”라며 “챗PG 플랫폼은 오픈AI 모델에서 제공하던 유사한 기능을 지원하는 동시에 외부 서비스에선 불가능했던 지적 재산과 IT 보안을 보호해 준다”라고 밝혔다.
P&G 또한 제조 라인에 새로운 솔루션을 구현하기 위해 IoT와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했다. 크레텔라는 “이를 통해 품질, 복원력, 지속 가능성을 개선했다”라며 “또한 데이터 과학자들이 빠르고 우수한 품질의 머신러닝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워크벤치 형태인 AI 팩토리를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한해 동안 일종의 틈새 시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이 실용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19년 위성을 발사한 이후 스타링크는 현재 저궤도(LEO)에 5,500개 이상의 위성을 보유하고 원격지에서 매우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에 더 많은 국가에서 스타링크가 승인됨에 따라 여러 가지 기술적 해결책을 여러 기업이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 WFP)의 CIO인 제이 마하난드는 “WFP는LEO 링크를 사용한 후, 차량에 통신 연결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라며 “전체 LEO 위성 연결은 WFP에게 매우 중요하다. 긴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100% 통신이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2023년에 WFP는 드론 이미지를 분석하고 농작물 피해 상태를 평가를 하거나 농작물 생산성을 예측하는 데 AI를 사용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
마하난드는 “위성 이미지와 현지 이미지를 결합하고 AI를 사용하여 현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브릿지AS의 부세스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경영진은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적용 방법을 찾아야 하는 역할을 맡기 마련이다”라며 “이제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CIO에게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 IT 리더는 숙련된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통 좋은 후보자들은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2024년에 지배할 AI와 ML 헬러는 “2024년 대부분의 기업 CEO가 AI로 구체적인 성과를 얻으려고 할 것”이라며 “자연스레 CEO는 기술, 영향력, 데이터 과학, 투자 전략 등의 기술을 포함하는 AI 과대광고 사이클에서 진정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CIO를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P&G의 크레텔라도 헬러의 의견에 동의했다. 크레텔라에 따르면, 2024년 더 많은 기업이 생산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AI를 도입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일회성 이니셔티브에서 벗어나 전체 비즈니스에 걸쳐 알고리즘 솔루션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AI의 진정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재를 육성하고 대규모로 새로운 기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크레텔라는 “P&G는 자체 머신러닝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비즈니스의 80%에서 활용하는 최초의 CPG(Consumer Packaged Goods) 기업이다”라며 “머신러닝 플랫폼으로 복잡성을 줄이고 데이터 과학자들이 10배 더 빠르고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작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샘플은 2024년에 단순한 삶을 제공하는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전과는 수준이 다른 개인 AI 비서가 새로 나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샘플은 “과거 우리의 디지털 생활은 분리돼있었다”라며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각 상황에 쓸 수 있는 앱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AI 비서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