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딛고서.
Stone Flower
꼬마에게는 두려운 대상이 있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귀신'이 나타날 것만 같은 공포가
꼬마를 압도했지요.
그 '귀신'은 꼬마에게서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이 들 자유를 빼앗았습니다.
소녀에게도 두려운 대상이 있었습니다.
'왕따'는 소녀의 학교생활을 온통 공포로 만들었지요.
그 '왕따'는 소녀에게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자유를 앗아가 버렸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다섯 아이의 엄마에게도 역시 두려운 대상은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견뎌야 하는 '배고픔과 가난'은
너무도 뼈아픈 공포였지요.
그 '배고픔과 가난'이 다섯 아이의 엄마에게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자유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시리아에 사는 평범한 가장에게는 너무나도 두려운 대상이 생겼습니다.
끝없는 '전쟁과 내전'으로
유럽으로 혹은 미국으로 혹은 다른 대륙으로 목숨을 걸고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막막하고 절박한 공포였지요.
그 끝없는 '전쟁과 내전'은 시리아의 평범한 가장에게서
자신의 나라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자유를 앗아가 버렸습니다.
나약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두려움이 속삭였습니다.
무력한 마음 가득 어둠이 드리워지고,
마음은 온통 캄캄해졌습니다.
존재의 시간도 함께 멈춰버렸습니다.
...
긴 어둠 속,
맑은 타악기의 향기가 전해져 온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나무와 금속이 함께 느껴지는 묘한 향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간결하고 기억하기 쉬운 리듬을 두어번 반복적으로 내뿜더니만
말을 걸기 시작하더군요.
마음이 호기심으로 조금 열리자, 그 틈을 비집고 작은 꽃 한송이가 서 있었습니다.
하~
녀석은 나의 관심에 신이 난 듯, 떠들어 대기 시작합니다.
완연한 금속성을 드러내며 타악기의 차갑고 시린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과 엑센트를 만들어 내는 즈음, 알겠더군요.
한 평생 자신에게 불어오던 바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 바람이 얼마나 차가왔는지 얼마나 사정없이 불어댔는지, 그리고 녀석에게 그 냉혹함이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엄중한 현실이었다는 것도 말입니다.
흥미를 느낀 마음이 조금 더 열리자, 녀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자신을 소개합니다.
더블 베이스와 기타가 차가운 바람소리와 어우러지자, 녀석의 정체는 확실해졌습니다.
더블 베이스가 주는 묵직함과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는 그 우직함은 아주 검고 단단한 돌덩어리를 연상시키더군요. 그에 반해, 기타의 감성적 톤은 피가 흐르고 있는 생명의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러한 더블 베이스와 기타가 함께 만들어내는 리듬과 엑센트의 일치(Unison)는 이 꽃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돌 속에서 피는 꽃.
바로Stone Flower였죠.
타악기와 더블 베이스 그리고 기타가 형성하는 강력한 그루브(Groove)는, 거친 바람 속 아주 단단한 검은 돌덩어리와 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Stone Flower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그루브(Groove) 위로, 섹스폰과 트럼본이 시차를 두고 반음 차이의 긴 음을 내 뿜었을 때, 그 척박함은 비장함이 되더군요.
어느새, 마음은 그 작은 꽃에게로 바싹 다가 앉았습니다.
녀석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플릇과 피아노로 이루어진 녀석의 목소리는 그래도 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하지만,
플릇과 피아노가 멜로디와 리듬의 일치(Unison)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그 목소리에는, 여느 다른 꽃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단호함이 있었습니다. 말투 역시 과장되지 않고 직설적이었죠.
피아노 소리가 단선율에서 복잡한 화성적 소리로 변해갈 즈음, 녀석의 감정적 동요를 눈치챘습니다.
참고 있던 녀석의 감정이 바이올린의 낮은 선율을 타고 울려퍼지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깊고 따듯한 감성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마음이 활짝 열렸습니다.
녀석의 빠르고 반복적인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습니다.
가슴 속 깊이 꿈꿔오던 자신의 열망이 곧 이루어질거라는 확신.
트럼본이 아주 낮고 강하게 울려 펴지자, 모든 것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블 베이스의 묵직하고 우직했던 소리는 녀석의 일부분이 되어
생명의 의지를 대변하며 녀석과 함께 넘실댔습니다.
금속성을 가득 품어 차갑고 냉혹하게만 느껴지던 타악기 소리 역시 녀석의 일부분이 되어 생명의 감성을 대변하며 춤을 추었죠.
녀석은 이제 아주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아주 작은 하나의 꽃일 뿐이었던 이 녀석이
거칠고 척박했던 곳에 아름답고 힘찬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마음은 어느새 웃고 있습니다.
Antonio Carlos Jobim(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만나게 해준 Stone Flower는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의 두려운 대상이 생겼습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무차별한 테러'가 우리 모두를 공포로 압도하고 있습니다.
그
'무차별한
테러'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폭력에
굴복하지 않을 자유를 빼앗아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약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두려움이 속삭이는 이 순간에도,
무력한 마음에 어둠이 깃드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두려움이란 실상,
그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마음 속에 있을 뿐이라는 것을.
두려움을 딛고서
그 두려움의 대상을 직시 했을 때에만이,
두려움을 딛고서
자유를 위한 행동을 시작했을 때에만이,
두려움은 비로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자유를 잃은 누군가을 위해
자유를 잃을지도 모를 우리 모두를 위해
두려움을 딛고 분연히 일어설 우리자신을
우리는 마음 깊이 잘 알고 있습니다.
JM
파리와 전 세계의 테러 희생자들과 그들을 유가족들, 부상자들과 그들의 가족들, 테러에 의해 상처받은 모든 존재들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