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재즈와 마음 이야기

칼럼니스트: 김재명

Jazz, K-POP, Classic, CCM 등 여러 장르음악의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뮤지션
현 JM Company 대표

Email: lydianish@naver.com

 
처음; 꽃이 피다--------------------------------------재마칼럼26
09/11/2017 04:29 pm
 글쓴이 : Panda
조회 :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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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꽃이 피다

-Delta Blues-



Freddie Spruell- Milk Cow Blues(1926); photo from Youtube



꽃이 피었다.


델타 블루스(Delta Blues)라는 꽃이

미국 미시시피 델타(Mississippi Delta)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처음.


'시간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



하지만,


'맨 앞이 아닌 맨 뒤,'

어떠한 존재들과 상황들과 일들이 이렇게 저렇게 얽기설기 모여 어우러진 결과로서의

처음.


나는 이 처음이야기를 하고 싶다.



델타 블루스가 처음 피어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델타 블루스라는 꽃이 처음 핀 것은

무엇의 결과였는지,


그 관점에 서서 이야기 하고 싶다.



그렇게 알게 될

처음에 관한 또다른 관점은

가야할 길을 끊임없이 묻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밝은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 직감한다.



델타 블루스의 처음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꽃이 피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했을 터,

델타 블루스의 아버지는 누구였을까?


미 남부를 중심으로 블루스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 컨트리와 포크 뮤직에 블루스의 요소를 가미한 음악이 출현한다.


완전한 블루스로 독립된 모습을 보이기 이전의 과도기적 특징을 지닌 이 블루스는

어코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어 성장했는데 블루스와 토착음악, 양쪽 모두의 특징을 가진 소위 혼열아였다.


초기 블루스의 한 형태로 회자되고 있는 이 블루스가 바로

델타 블루스의 아버지인 컨트리 블루스(Country Blues).


컨트리 블루스는 빠르게 미국의 여러지역으로 퍼져나갔고

미시시피 델타에도 그 씨앗이 떨어졌다.


꽤 시간이 흐른 후에도,

컨트리 블루스의 독특한 매력은 1960년대 백인들, 특히 지적 수준을 겸비한 백인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그렇다면

델타 블루스의 어머니인 미시시피 델타(Mississippi Delta),

그녀는 누구였을까?


그 실마리는 땅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시시피 델타 지역은

미시시피 강(Mississippi River)과 야주 강(Yazoo River)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땅으로

델타는 미시시피 주만 떼어놓고 보면 그 주의 북서쪽에 있는 길죽한 타원모양의 땅이다.


델타(Delta)라는 이름은 삼각주를 뜻하는데,

삼각주란 강이나 시냇물이 바다로 흘러들 때,

그 들어가는 길목에 흙이나 모래로 된 침전물을 쌓아놓으면서 생기는 퇴적지형을 일컫는다.

말 그대로 삼각형 모양을 이루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시시피 델타지역은 이름과는 달리

미시시피 강이 만들어 놓은 삼각주 평원에 속해있지 않고

수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미시시피 강과 야주 강의 범람으로 만들어진 충적 평야(Alluvial plain)에 속한다.


다시말해, 이름만 삼각주이지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성된 땅인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잦은 범람으로 침전물이 쌓여 형성된 평야는 평평한 지형을 이루었는데

무엇보다도 두 강의 범람에서 얻어진 침전물들로 인해 델타의 땅은 아주 비옥했다.

 

From Wikipedia



이렇게 하늘과 자연이 내려준 축복받은 땅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평화롭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릴 법한 땅에서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 듯 싶다.

최소한 유럽 이주민들이 이 곳으로 흘러든 이후에는 말이다.



오랫동안 이 지역 경제의 중심은

당연히 비옥한 토양을 근간으로 하는 농업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면서의 농업은

인간적이지 못했고 정의롭지 않았으며 불행을 양산해내는 원천이 되고 있었다.


유럽 이주민들은 넓은 땅을 개간하여 농장주가 되는 되는 과정에서

'노예제'라는 발상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축척하고 유지해 나간다.


이때, 그들에게 가장 먼저 타겟이 된 사람들은 인디언, 즉 미국 원주민들이었는데, 18세기에 이르면, 이들 대신,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수입'하기에 이른다.


아프리카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노예 상인들에게 잡히고 팔리어 미국 이곳저곳으로 끌려온 이후에는 기나긴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마주해야만 했다.



18세기 말을 거쳐 19세기 초에 이르면서, 목화는 이 지역 대형 농장의 대표작물이 되어있었다.

목화에 대한 수요는 국제적이었고, 이곳은 그야말로 목화를 통해 최고의 산업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목화가 호황이라는 것은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이는 곧 아프리카 흑인들의 고통을 의미했다.

백만 이상의 아프리카 흑인들은 이곳 '딥 사우스(deep south)'로 가족과 헤어져 강제 이주되어야만 했고

이러한 인위적 이동으로 인해 미시시피 델타는 흑인인구가 백인 인구를 훨씬 더 앞서게 된다.


소수의 백인을 제외한 다수의 흑인들은

가장 비옥하고 당시 산업적으로 가장 부유했던 땅에서

가장 빈곤하고 가장 비참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갔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어이없는 모순이 아니던가.



1865년 미국의 노예제는 법률적으로는 끝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흑인들을 향한 실질적 차별과 박해는 끝나지 않는다.


19세기 말, 백인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흑인들의 정치참여를 억압하고 탄압했는데, 1890년 미시시피 주의회에서도 새로운 법을 통과시켜며 흑인들의 권리를 합법적으로 박탈한다.

이로서 흑인들의 선거권과 배심원으로서의 정치 참여권은 원천봉쇄되었다.


투표를 하려는 흑인들이나 백인들의 공공시설을 이용하려는 흑인들에게는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졌으며 그 결과는 때로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흑인에 대한 정치참여 탄압을 금지하는 1965년 법령이 공포되면서

법적인 차별은 종식된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흑인들에게 가해진 폭력과 착취 그리고 부당한 처우의 모든 이유는,


단지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름부터 모순을 가진 미시시피 델타는

이러한 여러 모순을 끌어 안은 채 몸부림 치고 있었다.


Son House- Death Letter Blues; photo form Wikipedia



델타 블루스가 컨트리 블루스와 미시시피 델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전환되는 즈음으로 추정된다.


혼열적인 컨트리 블루스가 상처로 얼룩진 미시시피 델타를 만나 탄생하게 된

델타 블루스.


그의 안팎을 관찰해 보자.


아버지를 닮아 기타가 중심 악기였지만

하모니카를 덧붙여 음악의 색깔을 다르게 했다.


또한 아버지가 아직 혼재된 모습 속 블루스를 선보였다면

델타 블루스는 이제 완연한 블루스로서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델타 블루스의 화성은 다른 블루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델타 블루스가 다른 블루스와 구분되어지는 것은 그 스타일 때문이었다.


델타 블루스만의 스타일은 기타를 연주하는 방식, 즉 그 주법에서 가장 크게 기인하고 있다.


슬라이드 주법 혹은 보틀넥 주법으로 불리는 기타 주법이 바로 그것인데,

일반 기타가 왼쪽 손가락으로 기타줄을 눌러서 연주하는 것과는 달리 기타줄 위에 '슬라이드' 라는 도구를 놓고 연주한다.


이 때 '슬라이드'는 손가락에 감싸거나 아니면 손에 쥔 채로 사용하게 되는데, 말 그래도 기타줄을 미끄러지듯 타면서 떼지 않고 연주하는 것이다.


음과 음사이를 부드럽게 바꿀수 있고 무엇보다도 비브라토(떨림)가 더 넓고 깊어지는 특성이 있어서 깊이있고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적격이다.


내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주제로부터 열정적인 내용까지를 아우르는 대부분의 델타 블루스 노래들은 주로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며 따라서 무척이나 주관적이고 무척이나 감성적이다.


보틀넥 주법이 왜 델타 블루스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루스 화성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 일반 화성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화성이 블루스라는 상황 속에서는 받아들여지는- 과 비브라토를 극대화해서 연출해 내는 감성적 표현으로 무장한 델타 블루스는,


평범치 않은 삶의 질곡을 담아 표현하고 승화하고자 했던 미시시피 델타의 염원이 만들어낸 필연적 쟝르였다.



미국 미시시피 델타,

이 곳에 이런 꽃이 핀 것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델타 블루스라 불렀다.


하지만


이 꽃은

오랜 시간 핍박과 고통 속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바램이 모이고 모여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형태로

하나의 결과로서

처음 피어난 꽃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이 있다.


누구누구라는 혹은 무엇무엇이라 불리는 꽃들 역시

우주가 생긴이래 처음으로 핀 꽃들이다.


그들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세월속

사람들과 존재들과 자연의 염원과 바램이 깃들어져 있다.


DNA 속에

마음 깊은 곳 속에

봉인되어 전해지는 그 오랜 바램들은


오늘도 당신을 통해

피어나기를 갈망하고 있다.


우리에겐

소명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잊은 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살아가는

이기적인 삶의 방식이란 그래서 부자연스럽고 불행하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용량을 가진 슈퍼 컴퓨터가

자신의 용량을 100만분의 1도 쓰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처음으로 핀 꽃이며 동시에

우주 속 수많은 존재들이 결과물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당신이 떠날 때

당신은 어떤 씨앗을 이 지구에 이 우주에

남겨줄 것인가?


당신의 진정한 소명은 무엇인가?



처음으로

피어난 꽃,


그것은 비단

델타 블루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


나와 당신의 이야기이다.



처음,

꽃이 피다.


보이는가?





JM



Charley Patton- Spoonful Blues photo from fishbellyblues.wordpress.com


사진을 클릭하시면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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