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We will meet again.
한 우주가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그 자리는 처참합니다.
무엇이 무엇인지 알수 없는 잔재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습니다.
고통의 조각, 분노의 조각, 집착의 조각, 후회와 회한의 조각, 그리고 추억의 조각까지...
비탄과 슬픔이 엉겨붙어 있는 그 우주엔 눈물이 비처럼 쉼없이 내립니다.
이별을 했습니다.
무너진 한 우주를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너무나 허전하고,
너무나 애잔해서....
무너진 그 우주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도, 생각도, 느낌도...
어떠한 위로도 소용없을 것 같은 날들을 보내며
문득,
빌 에반스 (Bill Evans) 의 We will meet again 이란 곡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 곡은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빌 에반스 (Bill Evans) 라는 뮤지션의 이별이야기입니다.
눈을 감고
볼륨을 올리고
그의 이별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개의 음으로 구성된 시작 멜로디가 함축적이지만 비장하게
이별을 선언합니다.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이별했음을 담담히 선언합니다.
설득력있는 주 멜로디(Main Theme)로 그는,
그가 겪어야만 했던 이별의 감정들을 쏟어냅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절절하며, 때로는 분노하고 아프게...
이렇듯 같은 멜로디 패턴을 다른 감성으로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이 곡은
모든 것을 잊으라는 상투적인 위로 대신에
마음속을 스치는 이별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토하고 토해내도 끝이 없을 것 같던 한 우주의 아픔들이
이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 가기 시작합니다.
느리고 무거워서 마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처럼 느껴지던 리듬은
어느덧 경박하지는 않지만 가야할 곳이 생겨버린 발걸음처럼 리듬감있는 스윙으로 변해갔고, 슬픔과 고통을 가득 머금고 반복되었던 주 멜로디 패턴은 이제 치열함이 가득 묻어나는 강한 의지로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빌 에반스 (Bill Evans) 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희망은
절망과는 전혀 닮지 않은 또다른 별개의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이별 앞에 깊이 깊이 절망했던 그 마음,
바로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나는 보다 깊이있고 성숙해진 마음,
그의 희망은 절망했던 그 곳에 함께 있었습니다.
누군가 얘기 합니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는 결코 내일이 있음을 알지 못하고,
1년만 사는 일년생 식물은 결코 다음해에도 봄이 옴을 알지 못한다고.
무너져 내려버린 한 우주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눈물로 만들어진 그 비를 맞으며,
비탄과 슬픔으로 엉커있는 그 토양을 자양분 삼아
언젠가 봄이되면,
머얼건 얼굴을 한 귀하디 귀한 씨앗 하나가 움틀것이란 것을
이제는 조금 알 수 있습니다.
그 씨앗은 지난 우주의 모든 것을 담고, 보다 더 진화되고 성숙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 씨앗 안엔 한 우주가 담겨있으며,
또한 이별했다고 착각했던 또 한 우주가 함께 담겨 있을 것입니다.
그 씨앗이 꽃이되는 봄이 오면
나는 그 꽃을 통해 이별했던 또 한 우주와 다시 해후 할 것입니다.
새옷을 입고 좀 더 멋진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날 것임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별의 슬픔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그래도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는 것은,
긴긴 겨울을 지낸 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봄은 반드시 올 것이며,
나는 또다시 가슴이 설레일 것입니다.
JM
P.S: 세월호 모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