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마음 이야기

김재명

JM Company 대표

  • 작곡가, 재즈 칼럼리스트/작가
  • Queens College of Music, New York, NY 석사

그녀의 목소리---------------------------- 재즈칼럼2

글쓴이: Panda  |  등록일: 04.08.2014 20:29:48  |  조회수: 6971
그녀의 목소리



나는 그녀를 알지 못합니다.
만난 적도 없고,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으며, 편지 한장 주고받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또한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반드시 직접 만나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나는 그녀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고, 너무나 다른 공간에서 너무나 무관하게 지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 날 이후부터 이러한 시공의 차이는 무의미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독했고 처절했으며, 치열하고 동시에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는 탐정처럼 그녀의 목소리를 단서로 그녀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무치도록 고독했습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것이었으며, 동시에 외로움의 감정을 훌쩍 뛰어넘는 절대 고독의 그것이었습니다.
13 살 어린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극한의 빈곤과 무관심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불안정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였습니다.
어린 그녀에게는 세상에 그 흔하디 흔한 사랑 한 조각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탄생과 함께 경험해야했던 어린시절은 아주 차가운 덩어리 그 자체였으며, 보통 죽음을 앞두고서야 느낀다는 인간 본연의 절대 고독을 자극하기 충분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처절했습니다.
너무도 비루하고 초라한 한 존재가 너무나 무겁고 버거운 삶을 살아내야 했기에, 그녀는 분명 절박했을 것이고 그래서 처절했을 겁니다.
그녀는 이웃에 살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리고 12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어머니와 다시 만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할렘에 있던 사창가에서 몸파는 일을 하게 되고, 그녀 역시 몸을 팔게 됩니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이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었다 다시 석방됩니다. 그것이 그녀 나이 14 살 때 일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는 그 사창가에서 루이 암스트롱과 베시 스미스의 레코딩을 듣게 됩니다. 절박했던 그녀에게 그 소리들은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할렘의 여러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치열했습니다.
그녀의 개인적 환경과 더불어 그녀가 살아야 했던 그 시대는 그녀를 치열하게 만들었습니다.
인종차별이 너무도 심했던 그 시대를 그녀는 살아내야만 했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앗아갔던, 상식과 정의가 상실된 그 시대를...
태생과 시대는 그녀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러한 암울한 시간과 시대를 살아가고자 선택했고, 수없는 무시와 모멸감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치열하게 노래했습니다.
그녀는 노래를 불렀고, 재즈의 역사를 다시 썼으며, 카네기 홀에서 최초로 공연한 흑인 여가수가 됐습니다. 그녀의 곡들은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됐지만, 치열했던 삶을 살아내야 했던 그 여가수는 그 댓가로 이른 나이에 숨을 거둡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그녀의 뛰어난 음악적 테크닉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두운 삶을 유산처럼 받은 그녀가 노래를 불렀고 멈추지 않았다는 그 기적에서 오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녀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유는 너무도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없이 나약하지만, 운명에 굴하지 않는 그 모습이 진정으로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 속에 침몰 된 자는
결코 자신을 보지 못하며, 결코 자신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노래하는 순간순간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직시하고 관조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숭고한 저항이자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충분합니다.
삶을 살아낸 그녀로서, 노래를 멈추지 않은 그녀로서,
그녀는 그녀의 몫을 넉넉히 해냈습니다.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라고 불리웠습니다.

그녀는 이제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공이 다른 이곳에 있습니다.

그녀가 내 앞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진심의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그녀가 내게 묻습니다.
너의 목소리는 무엇이냐고.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남아있는 나에게 커다란 채찍이자 영감이 됐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목소리로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JM



그녀의 목소리:
(제목을 클릭하세요!)


I am a fool to want you



//모든 칼럼의 저작권은 칼럼니스트 김재명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즈와 마음을 이야기하는 블로그

https://blog.naver.com/lydianish

DISCLAIMERS: 이 글은 각 칼럼니스트가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column is written by the columnist, and the author is responsible for all its contents. The us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is article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is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전체: 342 건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