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위장막 속에 디자인을 꽁꽁 숨겨왔던 현대자동차의 3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9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스파이샷과 다양한 예상도가 등장했을 만큼 현대차의 전동화 대형 SUV에 거는 소비자들의 기대도 굉장했다.
베일을 벗은 아이오닉 9은 보닛부터 후면의 지붕 끝단까지 매끄럽고 완만하게 이어진 실루엣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력 성능(Aerodynamics)과 미학(Aesthetic)이 절묘하게 결합한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실루엣이었다.
루프 라인뿐만이 아니다. 차체 끝의 경계나 굽은 부위를 전부 둥글린 디자인에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아이오닉 브랜드의 혈통을 상징하는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
매끈한 차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기능 집약적인 디자인과 감각적인 선의 조화, 물살을
가르는 한 척의 보트처럼 맵시 있게 안으로 오므린 뒷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오닉 9을 보면 폭이 넓은 차체가 뒤로 갈수록 안으로 말리는 보트 테일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트 테일은 선박이나 보트의 동체를 유선형으로 만들어 유체 저항을 줄이는 기법으로, 차에
적용할 경우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숄더 볼륨을 강조하면서 마치 널찍한 라운지와 같
은 실내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오닉 9의 디자인에는 우수한 공력 성능과 넓고 편안한 공간의 장점이 모두 담겨 있다.
차체에 바짝 붙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 역시 에어로스테틱 콘셉트가 잘 반영된 부분이다.
아이오닉 9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차체와 끊김 없이 이어지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디자인하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두께를 최대한 줄였다. 실제로 아이오닉 9의 공기저항계수 0.259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장착한 19인치 휠의 후륜구동 모델에서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또 다른 요소는 휠 아치다. 휠 아치의 전반적인 형태는 다른 SUV에서 볼 수 있는 각진 느낌이지만, 바퀴와 휠 아치 사이의 빈틈을 최대한 줄여 공기 흐름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아울러
바퀴 쪽 휠 아치의 테두리를 안쪽으로 둥글게 말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공기역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아이오닉 9의 휠 아치는 공력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굉장히 특색 있고,
아이오닉 9을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차체의 경계나 모서리를 전부 둥글리고 공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박리(표면으로부터 떨어지는
것)되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로 이뤄진 주간주행등을 높게 배치해 차가 크고 넓어 보이게끔 디자인했다. 전동화 대형 SUV에 어울리는 웅장함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좌우 끝에 수직으로 배치한 헤드램프 역시 이런 느낌을 한층 강조한다.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를 비롯해 범퍼의 블랙 가니시 안에 자리 잡은 조형 요소들은 한글 모음 ‘ㅁ’과 한국 전통 창호의 창살에서 영감을
얻었다. 투명 덮개 내부의 조형 요소들은 픽셀 램프 모듈과 최대한 동일한 크기로 구현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이는 아이오닉 9의 정교한 디테일을 강조한다.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유려한 사이드 실루엣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의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는 리어 펜더 앞의 대각선 라인이다. 한복 저고리의 동정과 깃에서 볼 수 있는
날렵하고 우아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디자인팀 내부에서 ‘한복 라인’이라고 부르는 이 라인은 리어
펜더 위쪽의 벨트 라인과 어우러져 아이오닉 9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휠 아치 상단의 장식과 차체 하단의 로커 패널 라인은 빛을 반사해 측면 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차체의 깊이감과 입체감을 높이는 효과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