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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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중매사업을 하면서 경험한,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한 것 중 하나가 ‘재혼’을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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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결혼을 몇 번 했는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혼과 재혼을 거의 구분하지 않고, 그냥 ‘결혼’으로 통칭한다. 굳이 재혼을 설명하려면 ‘다시 결혼한다’보다는 ‘한번 결혼을 했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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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초혼은 초혼, 재혼은 재혼과 결혼을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초혼과 재혼이 결혼하면 집안의 반대도 심했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일쑤였으며, 그러다가 헤어지는 커플도 있었다. 결혼을 했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낙인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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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곳에서 유독 엄격했던 초혼과 재혼의 구분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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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남성 A씨는 결혼 3개월 만에 헤어졌다. 혼인신고 도장이 채 마르기도 전이었고, 워낙 결혼기간이 짧다 보니 본인도 결혼을 했었다는 것을 실감 못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재혼으로 구분해 만남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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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결혼 3개월이 아니라 1개월이어도 엄연히 재혼으로 간주해 여성 쪽에서는 아예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남성의 만남 과정을 보면서 초혼과 재혼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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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남성이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다. 꽤 규모 있는 가족사업을 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윤택한데다가 본인 역시 유능한 남성은 자신감이 있어서인지 초혼, 재혼 구분 없이 만남을 갖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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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생각인데, 대부분 여성들은 사람만 괜찮으면 초혼, 재혼을 따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만혼으로 넘어갈수록 구분이 없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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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 길었다면 상처도 깊고 후유증도 있을텐데, 3개월만 살았으면 거의 싱글이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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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도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딸이 재혼남과 결혼하게 된 어느 어머니는 “한가지 흠 없는 사람이 어딨어요? 똑똑하고 능력 있으면 되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니가 뭐가 못나서 후처로 들어가느냐?”라며 당장 헤어지라고 호통 치던 그 시절 부모들과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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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혼을 많이 하는 세태에서 재혼에 대한 생각이 유연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 연유가 무엇이건 결혼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써 우리 결혼문화의 마지막 성벽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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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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