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밤

  • 방송시간 (월∼금) 10:00 pm ∼ 12:00 am
  • 진행 최유리
  • 프로듀서 제작국
  • 우편주소 3700 Wilshire Blvd. #600 Los Angeles CA 90010
    우리들의 밤 담당자앞
  • 전화참여 213) 674-1540
  • 카톡참여 radiokorea1540

1973

글쓴이: 데이빗lee  |  등록일: 05.25.2023 09:11:03  |  조회수: 755
1973년 6월의 어느날.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더니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맑게 개었고
북받쳐 오르는 감동에
걷기를 시작 했습니다.
장충단 공원을 지나 남산을 향해 걸어 갔습니다.
비에 젖은 길은 햇볕에 반사되어
눈을 어지럽게 했고 길 옆 숲에선 싱그러운 숲의 향기가 까닭모를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습니다.
하늘엔 푸른 하늘과 아이스크림빛 뭉게구름과,
나뭇잎 에는  보석처럼 맺혀있는,
빛나던 물방울들......

흥분된 마음 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아름다움은  외로움 으로 변해 갔습니다.

장충체육관 옆 길로 걷기 시작하여 정상을 넘어 한남동과 이태원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얼마를 더 걸으니 길 왼편에 조그만 카페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하여 그곳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주문 하고
시를 쓰기위해 가지고 다니던 습작노트를 펼쳤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지난날 썼던 글들을 읽은후 한장을 더 넘기니 하얀 백지가 펼쳐졌고
그곳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경아의 얼굴이 떠올려졌습니다.
밤늦게 벗꽃핀 남산길 걷던 일.
남산길 걷다가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업고 가다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내려 놓았는데 엉덩방아를 찧게 했던일.......

한달 가까히 연락이 없는건,
아무도 없는 뒷좌석에서 그녀의 가슴을 좀 만져 보려다가  매섭게도 손을 내려 치는 바람에
토라져서 창문밖만 바라보았던,
그일 때문이 아닐까.....
그런것들이 노트엔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세월은 강물과 같다고 하여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였지만
사람의 생각은 그것과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는 기억.

그날의 연둣빛 나뭇잎,
뭉게구름,
식어가는 한잔의 커피......

내 나쁜 손을 때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녀의 동그란 얼굴.

80번 보광동 행 버스.
그녀의 결혼.
첫휴가.
그녀의 이혼.
군대 3년.
제기럴.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청취자 게시판

전체: 40 건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