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자산 가치가 100만 달러가 넘는 이른바 '백만장자' 가구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부유하다고 느끼기보다 여전히 '중산층'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데요, 그 속사정을 알아봅니다.
*LA에서 집을 사는 비용이 렌트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 LA카운티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조사가 시작된 이후 1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 부담은 물론, 최근 발생한 대형 화재와 이민 단속에 대한 공포가 주민들의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현경 기자!
1.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백만장자 수가 역대급으로 늘었다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네, 연방준비제도(Fed)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통계적으로 가구 6곳 중 1곳이 '백만장자' 반열에 올라와 있는 셈입니다.
주식 시장의 호황과 집값 상승이 맞물리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부풀어 오른 결과입니다.
2. 그런데 자산이 100만 달러나 되는데도 정작 본인들은 부자라고 느끼지 못한다고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의 하락'입니다.
30년 전의 100만 달러는 지금의 약 210만 달러와 맞먹는 가치를 가집니다.
즉, 지금의 100만 달러는 30년 전의 48만 달러 정도의 구매력밖에 안 된다는 뜻이죠.
이제 100만 달러는 부자의 ‘기준’, ‘상징’이 아니라, 미 중산층이 꿈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 이렇게 된데는 주택가격이 오른 것도 한몫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맞습니다.
부동산 분석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현재 전국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처음 집을 사려는 Entry-level 주택 가격이 1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캔자스나 미네소타 같은 지역조차 예외가 아닙니다.
집값이 100만 달러인데 순자산이 100만 달러라면, 사실상 빚 없이 집 한 채 가진 수준에 불과해 호화로운 생활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4. 백만장자들의 자산 구조를 보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다는 분석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소비자금융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의 자산 중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 비중은 4~6%에 불과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은퇴 계좌(401k)나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순자산'은 높지만, 당장 오늘 저녁에 비싼 외식을 매일 할 수 있는 '현금 부자'는 아니라는 점이 이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느끼는 이유입니다.
5. 은퇴 자금에 대한 불안감이 과거보다 더 커진 점도 이유가 될까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과거에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금(Pension)'이 노후를 보장했지만, 이제는 개인의 401(k) 투자 실력에 노후가 달린 경우도 많습니다.
주식 시장이 좋아서 자산이 늘었어도, 의료비나 장기 요양 비용 같은 예기치 못한 지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100만 달러를 쌓아두고도 "과연 충분할까?"라는 걱정을 멈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6. 부의 양극화 현상도 더 심해졌다고요?
네, 백만장자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상위 10%가 전체 가계 자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균 자산은 810만 달러에 달합니다.
반면 하위 50% 가구의 평균 자산은 6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팬데믹 이후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본 고소득층과 공공요금, 자동차 할부금 등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사이의 간극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벌어진 상태입니다.
7. 실제 20대 젊은 백만장자들은 생활 방식이 어떤지도 나왔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시애틀의 27살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례를 보면, 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었음에도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하며 여행도 주로 캠핑을 다닌다고 합니다.
백만장자들 중 젊은층 상당수가 "자산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부모님 세대가 말하던 100만 달러의 위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극도로 절약하며 투자를 이어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8. 결국 오늘날의 백만장자들에게 '100만 달러'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무엇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에 응한 많은 백만장자들은 이 숫자를 '호화로운 삶의 티켓'이 아니라 '안전벨트'라고 표현합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의료 사고 같은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의미죠.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한 백만장자는 "이제 달라진 점은 마트에서 유기농 딸기를 고민 없이 집어 드는 것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오늘날의 백만장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부유한 중산층'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9. 다음 소식입니다. LA에서 집을 사는 비용이 렌트보다 훨씬 비싸다고요?
네, 요즘엔 그렇습니다.
건설 산업 조사 기관인 Construction Coverage 조사에 따르면 LA에서 주택 구입 시 월 평균 모기지 비용과 재산세는 약 5,709달러에 달합니다.
반면 월 평균 렌트비 2,742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즉, 집을 사는 비용이 렌트보다 108.2%, 다시 말해, 2배 이상 더 비싼 셈입니다.
10. LA만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전국적인 현상입니까?
전국적으로도 집을 사는 것이 렌트보다 약 20% 정도 더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LA는 그 격차가 108%에 달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매매 비용이 높은 도시'로 분류됐습니다.
조사 대상인 838개 도시 중 여전히 렌트보다 집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한 도시는 단 95곳에 불과했습니다.
주로 미 남부 지역과 러스트 벨트 지역인데요.
앨러배마, 조지아, 텍사스의 일부 도시들은 여전히 매매가 렌트보다 경제적입니다.
11. 과거에는 오히려 집을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죠.
특히 2010년대에는 저금리 덕분에 모기지 부담이 낮아 렌트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2020년과 2021년 초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저금리 덕분에 렌트보다 집을 사는 것이 재정적으로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이 구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22년 이후 금리 급등과 집값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Buying Premium, 즉 주택 매매 비용이 렌트 비용을 초과하는 격차가 급격히 확대됐고, 지금과 같은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12. 그럼 지금은 집을 사는 게 불리한 상황인가요?
단기적으로는 그렇습니다.
LA 같은 고물가 지역에서는 당분간 렌트가 자산 축적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구요.
높은 모기지 금리로 인해 월 페이먼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집을 살까 고민했던 바이어들이 구매를 미루고 렌트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한 현재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지만 금리가 하락할 경우 관망하던 수요가 다시 유입되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관측됩니다.
13. 마지막 소식입니다. 오늘 UCLA 러스킨 센터에서 발표된 '2026 LA 카운티 삶의 질 지수' 결과가 상당히 충격적이라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네, 올해 LA 카운티의 전반적인 삶의 질 점수는 52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저치입니다.
측정 대상인 9개 카테고리 중 6개가 역대 가장 낮은 점수를 찍었구요.
8개 항목이 전년 대비 하락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주민들의 행복도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4.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들이 주민들의 만족도를 이렇게 떨어뜨린 건가요?
이번 조사를 주도한 제프 야로슬라브스키 소장은 지난 5년간의 누적된 피로감을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에 이어 급격한 물가 상승, 그리고 작년 알타디나와 팰리세이즈를 덮친 대형 산불 등이 주민들의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교육, 교통, 생활비 항목에서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15. 최근 강화된 이민 단속에 대한 불안감도 이번 조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죠. 수치로 확인해보면 어느 정도입니까?
네, 응답자의 31%가 자신이나 주변 지인이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약 30%는 이민 단속 활동 때문에 소득이 줄거나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민 사회 전반에 확산된 불안감이 삶의 질 지수를 낮추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16. 삶의 질은 낮아졌지만, 그래도 자신의 경제적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역설적이게도 그렇습니다.
현재의 전반적인 환경에는 절망하고 있지만요,
응답자의 53%, 과반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제적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열악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개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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