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로랑 모비니에(58)의 '빈집'이 올해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쿠르상 심사위원단은 4일(현지시간) 파리 드루앙 레스토랑에서 투표를 통해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일간 르몽드,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빈집'은 4대에 걸친 작가 가족의 역사를 재창조한 대서사 작품이다.
작품의 출발점에는 사라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집안의 영웅 '쥘'에게 사후 수여된 프랑스 최고 훈장이다.
사라진 건 또 있다. 쥘의 딸 마르그리트의 얼굴이 가족사진에서 잘려 나갔다. 국가 훈장까지 받았던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불명예와 함께 찾아온 가족의 사회적 추락을 그려낸다. 그 속에서 사랑이 피어나고 선조들은 죽어가며, 원한은 지속되고 결함은 유산으로 이어진다.
첫 장부터 마지막 746쪽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독자를 긴장과 몰입에 빠져들게 한다.
'빈집'은 모비니에의 열 번째 소설이다.
1999년 데뷔작 '그들로부터 멀리'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별 연습', '군중 속', '남자들' 등의 작품을 펴내며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날카롭고 유려한 문체로 인간 영혼의 어두운 구석을 깊이 탐구하며 독자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는 2002년 '이별 연습'이 번역 출간됐다.
모비니에는 그간 펴낸 작품들로 프낙(FNAC·서점 체인점)상이나 서점가상 등을 받긴 했으나 가을에 선정되는 주요 문학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다 '빈집'으로 올해 르몽드 문학상을 받은 이래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에도 오르면서 수상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다.
모비니에는 시상식이 열리는 드루앙 레스토랑에 도착해 "매우 감동적이고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프랑스 소설가 에드몽 드 공쿠르의 유언에 따라 1903년 시작된 공쿠르상은 노벨문학상, 영국 맨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상금은 10유로(약 1만6천원)에 불과하지만, 수상과 동시에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공쿠르상 수상작의 판매량은 30만부에서 100만부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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