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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나윤희 씨가 본 최정 "야구 위해 편안함 포기하는 사람"

연합뉴스 입력 05.14.2025 08:06 AM 조회 1,076
"많은 분의 노력, 희생, 응원 덕에 남편이 500홈런 달성"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남편, 이번에는 자신도 칭찬하길"
SSG 최정과 아내 나윤희 씨 [나윤희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정(38·SSG 랜더스)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초로 500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날, 아내 나윤희 씨는 남편이 '6년 계약'을 하던 2018년 12월 5일을 떠올렸다.

나윤희 씨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6년 계약에 합의하고 사인을 하러 가기 전에, 남편이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 계약이 될 것 같다. 6년 동안 후회 없이 뛰어보겠다'고 말했다"며 "나도 당시에는 6년 계약이 끝나면 남편이 은퇴할 줄 알았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니 다시 4년 계약을 하고 이렇게 대기록도 세웠다. 내 남편이지만,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통산 468번째 홈런을 치고 KBO 리그 홈런킹으로 우뚝 선 최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6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4월 24일에 최정은 468호 홈런을 쳐,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467홈런)을 넘어 KBO리그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섰다.

계약 첫해인 올해 5월 13일 최정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 0-2로 끌려가던 6회말 왼쪽 창공을 가르며 뻗어간 동점 투런포로 'KBO리그 500홈런 시대'를 열었다.

그는 남편의 대기록 달성이, 주위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나 씨는 "개인 기록이 집계되긴 하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시즌을 보낼수록 남편과 우리 가족이 얼마나 많은 분의 도움을 받는지 더 잘 알게 된다"며 "정말 많은 분의 노력, 희생, 응원 덕에 남편이 500홈런을 쳤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SSG 최정과 아내 나윤희 씨 [나윤희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정도 기록을 세울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지난해 468홈런을 쳤을 때는 1, 2군 선수단에 '푸드 트럭'을 보며 마음을 표했다.

최정은 "튼튼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 건강하게 야구하게 도와주는 아내에게도 고맙다"고 가족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나 씨는 "아버님, 어머님 덕이 정말 크다. 남편이 사구(死球) 부문 압도적인 1위(349개)일 정도로 공에 자주 맞는 데, 두 분께서 튼튼한 몸을 물려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큰 부상 없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사실 나는 엄청나게 내조를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남편이 괜한 말을 한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칭찬을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남편 최정과 닮았다.

하지만, 최정은 2014년 12월 나윤희 씨와 결혼한 뒤에 더 좋은 선수가 됐다.

2005년 SK 와이번스(SSG 전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정은 결혼 전 10시즌 동안 홈런 168개를 쳤다.

결혼 후 11번째 시즌을 보내면서는 332개의 아치를 그렸다.




SSG 최정과 아들 최한호 군 [SSG 랜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내이자, 가장 친한 친구 나윤희 씨는 "언제나 당신 편인 사람이 있다"고 안식처가 되어주면서도 필요할 때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최정도 아내를 보면 투정을 부린다.

나 씨는 "결혼 초기에 남편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에 '지금 당신이 있는 자리는 2군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나약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듣기 좋은 말만 해달라'고 서운해하던 남편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냉정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상대 선수들에게는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최정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하면 큰 동작으로 자책한다. 프로 초기에는 실책하면 괴성을 지르며 자책해 SK 선배들에게 '괴성 청년'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자책하는 모습도 아버지가 된 후에는 사라졌다.

야구인들이 보는 최정은 '노력하는 천재'다.

나 씨는 "남편이 하도 '나는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해서인지, 나도 남편이 야구천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노력형 선수라는 건 확실하다"며 "자신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하고, 새로운 걸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편안하거나 자극적인 것'을 쉽게 포기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30대 후반이 됐으니 20대와는 확실히 몸이 다를 텐데, 여전히 남편은 '수비 잘하는 3루수'에 대한 욕심이 커서, 체중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며 "그런 모습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감탄했다.

야구를 위해 많은 걸 기꺼이 포기하는 최정도 '좋은 아빠, 친구 같은 남편'의 삶은 지켜가고자 한다.

나윤희 씨는 "남편은 나와 둘이 있을 때면, 정말 편한 친구가 된다. 말도 재밌게 잘한다"며 "아빠로는 만점이다. 현역 선수니까, 물리적으로 아이와 보낼 시간이 적지만 그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쓴다. 아이에 관해 논의할 일이 있으면, 아주 늦은 시간에라도 통화한다. 결혼할 때 그렸던 아이 아버지의 모습보다 지금 실제 모습이 더 좋다"고 밝혔다.

고민에 빠진 남편의 표정, 까맣게 멍든 남편의 몸을 보며 나윤희 씨도 마음을 졸인 날이 많았다.

노력하는 야구 천재가 생각이 깊은 방송인 출신 아내를 만나 더 좋은 선수가 됐다. 최정이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지킨 덕에 KBO리그는 500홈런 시대를 맞이했다.

나윤희 씨는 "남편은 자신을 칭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500홈런을 함께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되, 이번에는 자신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지만, 나 씨는 "저는 정말 한 게 없다"며 최정의 가장 큰 조력자였던 자신을 칭찬하지는 않았다.

10년 넘게 부부로 살며 둘은 더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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