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실적 적자를 낸 엔씨소프트[036570]의 박병무 공동대표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는 여전히 큰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12일 4분기 및 2024년 연간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시장에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장르 게임이 계속 나와 이용자들이 식상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지만, 쓰론 앤 리버티(TL)의 글로벌 성공을 보면 MMORPG는 여전히 잠재적인 유저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아이온이나 블레이드&소울 사례처럼 이용자 경험이 강한 MMORPG가 나온다면 시장도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개발력이 떨어진다, 폴리싱(최종 마감)을 못한다, 이용자 소통이 적다는 등의 비난을 많이 받았다"며 "저희도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원 조정으로 게임 라인업을 많이 줄였고, 집중 가능한 게임의 완성도 확보와 마케팅비 효율화, 이용자 소통 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작 출시 계획도 공개했다. 박 대표는 차기작 MMORPG '아이온2'를 언급하며 "우선 연말에 한국과 대만 시장에 출시한 뒤 북미·유럽은 TL의 교훈을 살려 길지 않은 시간 내 출시할 것"이라며 "오는 2분기부터 소통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LLL'은 하반기 출시가 가능하겠다고 판단해 올해 2분기부터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소수 인원 테스트)와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투자 및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서는 "IP 확보를 위해 매년 600억∼700억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M&A는 기존에 말했듯 자사주를 활용할 계획인데,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오랫동안 투자해온 인공지능(AI) 전략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부터 대형언어모델(LLM) 개발보다는 소형언어모델(sLLM)로 축소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게임 개발 측면에서는 음성 합성·애니메이션 분석 작업, 채팅 번역 등에서 앞선 만큼 굉장한 비용 절감 효과를 낳고 있고, 운영이나 QA(품질보증) 프로세스도 효율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NC AI 분사는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AI 모델의 경쟁력을 고도화해 다른 개발사, 제3자에도 적용시켜 수익화하자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5천781억원, 영업손실 1천92억원, 순이익 9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모바일 게임 수익 감소가 시작된 2023년도 대비 11.3% 감소했고 순이익도 56%나 줄었다.
매출 구성별로는 모바일 게임의 매출 하락이 컸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4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7.9% 감소한 2천156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대비 22% 감소한 9천367억원을 기록, 모바일 게임에서만 1조9천343억원의 매출을 낸 2022년 대비 2배 이상 줄어들었다.

2022년∼2024년 엔씨소프트 연간 매출 변동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출 감소 폭은 '리니지W'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리니지M의 경우 2022년 대비 매출액이 4.6%만 감소했지만 리니지W는 같은 기간 74.8%나 감소, 전성기 대비 매출액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비용은 4분기 5천38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도 대비 3% 증가했다.
비용 중에서는 지난해 단행한 희망퇴직·권고사직 등 조직 효율화에 따른 인건비 비중이 컸다. 2024년 연간 인건비는 전년 대비 10% 증가한 9천64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기준으로도 3천14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56.4%나 늘었다.
마케팅비 역시 다수의 신작 출시로 전년 대비 51% 증가한 1천282억원을 기록했다.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분기 전사 조직개편을 진행하며 영업손실이 컸다. 투자자들이 요구한 체질 개선의 일환이자 엔씨소프트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남은 여러 과제를 극복하면서도 글로벌 타이틀 출시를 통해 턴어라운드(반등)를 맞이하는 한 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전날 2027년까지 3년간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연결 당기순이익의 30%를 현금 배당하고, 2025년 사업연도 중 발행 주식 총수의 약 1.9%에 해당하는 41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내용이다.
홍 CFO는 "매각을 추진 중인 삼성동 엔씨타워1 관련 이익은 현금배당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자사주 지분율은 소각 전 12.7%에서 9.98%가 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