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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 속 묵직한 깨달음…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

연합뉴스 입력 06.08.2023 09:19 AM 조회 683
자연과 조화 이룬 농장 일군 부부 이야기…14일 개봉
'위대한 작은 농장'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TV 다큐멘터리 감독인 존 체스터는 어느 날 동물 학대 현장을 촬영하다가 마주친 강아지를 반려견으로 입양한다. 이름은 '토드'로 지었다.

체스터의 아파트에 들어온 토드는 이내 골칫거리가 된다. 체스터와 아내 몰리가 집을 비워 혼자 남으면 분리 불안에 짖어대 이웃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체스터 부부는 고민 끝에 시골로 들어가 농사를 짓기로 한다. 유기농 식단을 좋아하는 요리사인 몰리도 귀농에 적극적이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은 체스터가 캘리포니아주에 사들인 24만평의 황무지에 자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애프리콧 레인 농장'을 일궈낸 과정을 담았다. 다큐 감독인 체스터가 자기 이야기를 다큐로 제작한 것이다.

유기농을 해보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농사에 관해선 아무것도 몰랐던 체스터 부부는 자연 농법의 철학을 가진 앨런 요크를 멘토로 삼아 메마른 땅을 비옥한 토지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한다. 체스터는 농장 일로 쉴 틈 없는 중에도 그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는다.

체스터 부부는 농장이 특정 작물이나 동물만 길러선 안 되고 다양한 동식물, 심지어 야생동물까지 아우르는 조화로운 생태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크의 철학을 실천한다.

이에 따라 애프리콧 레인 농장은 75종의 과일나무 1만여 그루를 포함해 200종이 넘는 작물과 돼지, 염소, 양, 닭, 오리, 소 등이 함께 사는 공간이 된다.



'위대한 작은 농장'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위대한 작은 농장'의 매력은 귀농한 부부의 단순한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영화는 조화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장애물을 그대로 보여준다.

농약을 안 쓰는 농장의 과일나무엔 진딧물이 끓이질 않는다. 작물의 잎은 달팽이가 먹어 치운다. 밤중엔 코요테가 농장에 숨어들어와 닭과 오리 수십 마리를 죽여놓고 간다.

체스터는 자연에 모든 걸 맡겨두는 게 과연 맞는 건지 고민한다. 하루는 가축의 사체가 널브러진 것을 보고 참지 못해 코요테를 사살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문제는 결국 자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걸 체스터는 깨닫는다.

진딧물로 죽어가던 나무에 어느 날 무당벌레 떼가 날아와 진딧물을 먹어 치운다. 오리 떼를 풀어놓으니 달팽이가 줄어든다. 양치기 개가 코요테의 접근을 막자 코요테는 농장 주변에서 체스터의 골칫거리인 두더지를 잡아먹는다.

자연 생태계의 작용을 거스르지 않고도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된다. 체스터는 이를 파도의 힘으로 즐기는 서핑에 비유한다.

동식물의 아름다운 영상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야생동물 다큐를 주로 연출해온 체스터는 농장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의 귀여운 모습을 포착해 영상에 담았다.

이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팜스 스프링스 국제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볼더 국제영화제에선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14일 개봉. 91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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