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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깨뜨리고 찾아온 죽음의 질문…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

연합뉴스 입력 05.24.2023 09:17 AM 조회 1,796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 출연한 알리슨 필 열연
'나의 사소한 슬픔'의 알리슨 필 [스튜디오 에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언제든 우리를 데려갈 수 있지만, 우리는 죽음을 잊은 채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죽음에 대한 망각 위에 서 있는 불안한 건축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다 보면 죽음의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의 주인공 '욜리'(알리슨 필)가 그렇다.

이 영화는 중년 남성이 홀로 철로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열차가 달려와 자기를 치고 가기를 기다리는 욜리의 아버지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욜리는 언니 '엘프'(사라 가돈)마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무명작가인 욜리의 삶은 성공한 피아니스트인 엘프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다.

남편은 이혼 서류에 서명해달라고 귀찮게 연락하고, 사춘기 딸은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 '회계사처럼 생긴 변호사'와의 연애도 그저 그렇다.

그런 욜리가 엘프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마치 죽음이 욜리에게 '왜 사느냐'고 묻는 것 같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그에 걸맞게 시종 어두운 분위기다. 촬영지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쓸쓸한 겨울 풍경은 이런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한다.



'나의 사소한 슬픔'의 사라 가돈 [스튜디오 에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의 사소한 슬픔'은 미리암 토우스의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로, 캐나다 출신 마이클 맥고완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를 다루지만, 영화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욜리와 엘프의 대사가 문학 작품의 구절을 자주 인용하는 것은 영화가 문학에 기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난해한 대사가 관객을 영화 밖으로 밀어낸다면,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특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언니를 붙잡으려고 발버둥 치면서도 끊임없이 자기 삶에 좌절할 수밖에 없는 욜리를 연기한 알리슨 필은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에서 만삭의 교사 역을 맡기도 했다.

'나의 사소한 슬픔'은 '안락사를 할 수 있는 스위스로 보내달라'는 엘프의 요청을 통해 존엄사에 관한 질문도 던지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않은 느낌이다.

이 영화는 캐나다 영화상 최우수 각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밴쿠버 영화비평가협회 최고의 캐나다 영화상 등을 받았다.

6월 14일 개봉. 102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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