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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정이 배우 아이디어라고?"…명배우들이 완성한 캐릭터

연합뉴스 입력 03.27.2023 09:05 AM 조회 1,111
최민식·전도연·조승우…직접 제안한 설정으로 배역 매력 살려
왼쪽부터 조승우·최민식·전도연 [JTBC·디즈니+·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건 작가지만,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배우의 몫이다.

천재적인 음악가 출신 변호사(조승우), 잔잔한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카지노 왕(최민식), 사랑스러운 반찬가게 사장(전도연) 등 최근 각기 다른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세 캐릭터 역시 배우들이 직접 제안한 설정으로 완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의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해석과 아이디어를 더해 드라마와 배우의 몸에 딱 맞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JTBC '신성한 이혼'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6일 방송가에 따르면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주인공 신성한도 조승우를 만나 원작과 전혀 다른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조승우는 대사를 변형하거나 자신만의 설정을 입혀서 캐릭터 표현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원작인 동명의 웹툰에서 신성한은 늘 정갈한 수트 차림에 미간은 찌푸리고, 농담 한마디도 던지지 못할 것 같은 냉철한 이미지를 풍긴다. 반면 조승우가 연기한 신성한은 훨씬 자유분방하고 괴짜스럽다.

특히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신성한이 독일에서 음악 교수로 지내다가 변호사로 전향했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신성한은 '노동요'로 5천만원짜리 최고급 스피커로 트로트를 들으며 나훈아의 '테스형'을 맛깔나게 꺾어 부르고, 의뢰인의 사건에 대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같다"고 표현한다.



JTBC '신성한 이혼' [JTB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승우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설정은 제가 직접 작가님께 부탁을 드렸다"며 "신성한이 의뢰인의 사건을 들여다볼 때 전직 피아니스트답게 곡을 연주하듯이, 악보를 해석하듯이 바라보는 것처럼 표현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신성한의 능청스럽고 유쾌한 매력이 무거운 사건을 다루는 법정극의 분위기를 살리고, 음악에 비유해 의뢰인 사건의 핵심을 짚어내는 모습도 신선하게 와닿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디즈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주인공 차무식도 배우의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캐릭터다.

최민식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카지노'는 연출자와 배우들이 시험공부 하듯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어서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차무식은 자기 나름대로 본인이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하니까 거래할 때 감정을 최대한 절제할 것이라는 설정을 입혀봤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디즈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둑한 배짱 하나로 필리핀 카지노 업계를 접수하는 차무식은 고함을 치거나 화려한 액션을 내세우지 않지만, 잔잔하게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캐릭터다.

상대방을 협박할 때 그는 늘 깍듯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다. 그러나 내뱉는 말들은 순간 사람을 얼어붙게 할 만큼 살벌하다.

"내가 너한테 허락받아야 해요?", "그럼 싸가지 있게 부탁을 하셔야지" 등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반존대'와 공손한 막말을 툭툭 내뱉으며 상대방의 기를 확 죽이는 화법은 차무식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tvN '일타스캔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주인공 남행선도 전도연의 해석을 거쳐 처음 시놉시스와는 다르게 표현됐다.

가족을 위해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접고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씩씩하고 따뜻한 성격의 남행선은 사랑이 넘치고, 오지랖도 넓다. "심장이 덜렁거린다", "경찰은 민중의 몽둥이", "아연질색' 등 말실수를 지적하면 "애니웨이"(anyway·아무튼)라고 얼렁뚱땅 넘기고, 앞뒤 생각 안 하고 무턱대고 나서서 상황을 악화시키는데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진다.



tvN '일타스캔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도연은 "남행선은 원래 훨씬 억척스러운 캐릭터였는데 저로 인해 희석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님이) 원래 훨씬 텐션(긴장감)이 높게 표현해주기를 바라셨는데 그게 부담스러웠고, 저와 완전히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첫 대본 리딩 때 (작가님께) 못 하겠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바꿔주셨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떠올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작가지만,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결국 배우"라며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내공 있는 캐릭터 해석과 연기력으로 시너지를 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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