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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회원국들, 한국 인권향상 환영

김신우 기자 입력 01.26.2023 10:18 AM 조회 2,161
유엔 회원국들은 4년6개월 만에 한국 인권 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그간의 제도적 성과를 환영하면서도 사형제 폐지 등 장시간 진척을 못 본 사안을 해결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을 한국 정부에 주문했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오늘 (26일) 열린 한국 정부에 대한 국가별 정례 인권검토(UPR) 절차는 사전에 발언을 신청한 98개 회원국들이 한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개선점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이 돌아가면서 자국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 등을 동료 회원국들로부터 심의받는 제도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한국 정부는 이번이 4번째 심의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3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날 UPR에서 2017년 3차 심의 당시보다 개선된 인권 정책을 소개하고 회원국들의 발언을 청취했다.

대부분 회원국 대표들은 한국 정부가 3차 UPR 당시의 권고사항 가운데 이행을 마친 사안들을 거론하면서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유엔의 9대 인권규약 가운데 하나인 강제실종방지협약 비준안과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주요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등이 작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을 두고 회원국들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페루, 싱가포르, 스위스, 튀르키예 등은 2017년 3차 UPR 당시보다 개선된 한국의 인권 상황 전반을 좋게 평가한다는 입장을 냈다.

성 착취, 노동력 착취를 모두 인신매매로 정의해 금지하는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되는 점을 성과로 평가하거나 인권 교육을 강화한 점을 호평하는 등 개선된 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나라도 있었다.

회원국들의 권고 의견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된 건 사형제 완전 폐지였다.

호주와 노르웨이,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슬로바키아 등 많은 회원국들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위해 한국 정부가 더욱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1997년 12월 3일 마지막 집행 이후 24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앰네스티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은 2020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는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하는 등 사형제 폐지에 한 발짝 다가갔다.

이날 회원국들의 권고 가운데 사형제 폐지 요청이 많았던 건 모처럼 탄력이 붙은 사형제 폐지 논의를 가속하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독일과 벨기에,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 대표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성별과 장애 유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부터 꾸준히 입법이 추진돼 왔지만 번번이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못했다.

법안 처리의 핵심 쟁점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 듯 독일 등 회원국들은 차별금지법의 보호 대상이 성소수자까지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 문제 때문에 여성과 아동 인권 보호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대책, 공공과 민간 모든 영역에서 양성 평등을 증진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 등도 회원국들로부터 나왔다.

회원국 발언을 모두 청취한 이노공 차관은 "오늘 절차가 보편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과정임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의에서 나온 각 회원국의 권고 사항과 한국 정부 대표단의 답변 등을 정리한 보고서는 다음 달 안에 채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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