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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야? 다큐야?"…기와 만들고 모시실 뽑는 "전통 노동"

연합뉴스 입력 12.05.2022 09:11 AM 조회 937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김인식 PD 인터뷰
"어른들에게는 익숙해 반갑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선한 재미"
왼쪽부터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 PD, 김인식 PD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둥근 통에 붙어있는 건조된 기와를 한 장씩 떼어내고, 겉을 벗겨낸 모시풀의 얇은 대를 입으로 물고 한올 한올 뽑아낸다.

전통문화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예능에서 펼쳐진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은 예능인 유재석과 이광수, 배구선수 김연경이 함께 전통 노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효민·김인식 PD는 "노동을 예능으로 유쾌하게 풀어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를 밝혔다.

두 사람이 예전에 함께 연출했던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2019)의 확장판이라고 했다. '일로 만난 사이'가 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찾아다녔다면, '코리아 넘버원'은 전통을 지키는 장인들을 찾아간다.

김 PD는 "전작('일로 만난 사이')에서 몸을 써서 노동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K팝이나 K드라마 인기를 보면 한국적인 게 주목받고 있는 시기여서 이런 부분을 프로그램에 접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PD는 "요즘 '힙'하다는(인기 있는) 카페에 가면 나전칠기 장식이 들어간 가구들이 있는데, 어렸을 때 시골집에 가면 있던 것들"이라며 "전통을 소재로 하면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요즘엔 쉽게 접할 수 없어 반가움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8부작에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 고궁이나 한옥마을 등에서 볼 수 있는 기와, 할머니 집 장롱을 화려하게 장식한 나전칠기 등 익숙한 듯 낯선 전통 문화유산이 담겼다.

전통 기와를 만드는 국가 무형문화재 제와장, 370년 이어온 종갓집 마당에 놓인 1천200개 항아리, 얇디얇은 모시를 짜는 베틀 등이 나오다 보니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지만, 유재석·이광수·김연경 새 사람이 장인들을 따라 노동을 하며 만들어내는 몸개그와 입담이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유재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항아리에서 간장을 퍼 올리고, 이광수는 얼굴에 흙물을 잔뜩 묻힌 긴 채 기와에 문양을 찍기 위해 석고 틀을 두드린다. 똑 부러지는 듯한 이미지의 배구선수 김연경은 의외로 일머리가 없어 구박을 받는다. 세 남매 같은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이 티격태격하며 장인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웃음을 주고, 노동 중간에 먹는 식혜, 쌈밥 등 새참은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넷플릭스 콘텐츠이다 보니 한국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제작진은 이런 공익적 성격보다는 '웃음'에 초점을 둔 예능으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정 PD는 "처음부터 전통을 '알린다'는 목표를 두지는 않았다. 그런 목표를 두면 더 보기 싫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재미에 좀 더 중점을 둬서 시청자들이 전통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PD도 "무언가를 설명하려 들기보다는 멤버들이 장인들의 전수생처럼 열심히 일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으려고 했다"며 "장인들도 멤버들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고, '먹고 살기 쉬운 게 없다'는 농담도 해주다 보니 분위기가 무겁지 않게 흘러갔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전통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광수는 2화 '장' 편에서 "간장도 콩으로 만드는 줄 몰랐다"고 고백하고, 김연경은 4화 '모시' 편에서 김연경은 "모시풀 잎으로 떡도 만들어요?"라며 놀란다. 유재석은 8화 '나전칠기' 편에서 섬세하게 완성되는 장식에 감탄한다.

김 PD는 "사실 저도 간장을 콩으로 만드는지 몰랐다"며 "저나 광수 씨처럼 삶에 밀접하지만 잘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점이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PD는 "전통 기와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나니 기와가 있는 건물들을 볼 때 '저게 한 장 한 장 다 힘들게 만들어진 거구나'라고 새롭게 다가온다"며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넷플릭스 예능 '코리아 넘버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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