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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싸이부터 BTS·블랙핑크까지…K팝 빌보드 도전사

연합뉴스 입력 09.26.2022 09:28 AM 조회 1,547
BTS 싱글·앨범 '올킬' 달성…슈퍼엠·스트레이 키즈·블랙핑크 앨범 1위
영어 가사 비중 높여 '언어 장벽' 극복…팬덤 넘어 대중성 외연 확장 '과제'
방탄소년단(BTS)[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걸그룹 블랙핑크가 정규 2집 '본 핑크'로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고지를 밟았다.

K팝 가수들은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해 끊임없이 빌보드 메인 차트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싱글·앨범 차트 모두를 석권한 데 이어 여러 후발 그룹들이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빌보드를 위시한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이 '룰'을 변경하는 등 K팝의 도전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어 팬덤을 넘어선 대중성 확장이 과제로 꼽힌다. 



◇ 보아, 빌보드 메인 차트 첫 입성…BTS·블랙핑크 등 4팀 앨범 1위

26일 가요계에 따르면 빌보드 메인 차트에 처음으로 입성한 국내 가수는 '아시아의 별' 보아다. 2009년 미국 정규앨범을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27위에 올렸다.

이후 2012년 소녀시대 유닛(소그룹) 태티서, 빅뱅, 지드래곤 등과 2014∼2015년 투애니원, 소녀시대, 태양, 엑소 등이 다양한 K팝 가수가 꾸준히 이 차트에 진입했다. 북미 음악 시장에서 K팝이 막 팬덤을 키워간 시기인 만큼 주로 100위권대에 머물렀다.

2020년을 전후해 K팝 팬덤의 성과가 동시다발적 지표로 드러났다.

2018년 방탄소년단이 정규 3집으로 K팝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이어 슈퍼엠(1위), 몬스타엑스(5위), NCT127(5위), 블랙핑크(24위) 등 막강한 팬덤을 갖춘 팀이 잇달아 빌보드 200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화양연화 파트.2'(171위)로 빌보드 200에 처음 입성한 뒤 이 차트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국내 가수 중 최초로 1위를 안은 이후 올해 6월 발표한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까지 6개 앨범을 내리 '빌보드 200'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냈다.

방탄소년단은 팀으로 낸 앨범뿐만 아니라 각 멤버의 믹스테이프(비정규음반)와 솔로 음반 역시 빌보드 200에서 지속해서 치고 올라갔다.

2018년 3월 제이홉이 '호프 월드'로 38위를 기록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같은 해 10월 공개된 RM의 '모노'(mono.)가 26위에 올랐고, 2020년 슈가 'D-2'는 11위에 안착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첫 정식 솔로 음반이었던 올해 제이홉의 '잭 인 더 박스'는 CD 없는 음반으로 발매돼 차트 집계에서 막대한 핸디캡이 예상됐지만 '빌보드 200'에서 17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블랙핑크는 지난 2020년 정규 1집 '디 앨범'으로 '빌보드 200'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2집 '본 핑크'로 걸그룹 최초 1위 고지를 밟는 새 기록을 썼다.

2020년 이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연 시장 위축이 음반 판매 확대로 이어지면서 K팝 가수들의 빌보드 상위권 입성이 봇물 터지듯 잇따랐다.

스트레이 키즈가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NCT 127·트와이스·에이티즈·에스파 3위,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 4위, NCT·엔하이픈 6위, 있지 8위 등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K팝 가수는 방탄소년단, 슈퍼엠,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네 팀이 됐다. 각 K팝 기획사들은 매주 월∼수요일이면 빌보드 차트를 체크하는 게 '주요 업무'의 하나가 됐을 정도로 차트 진입이 익숙해졌다. 



가수 싸이
◇ 원더걸스 '노바디'로 싱글 차트 도전 스타트…싸이 2위·BTS 1위

이렇듯 '빌보드 200'에는 이제 K팝 그룹의 이름이 익숙하게 오르내린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인기곡만이 진입할 수 있는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소수의 팀만이 뚫었다.

'핫 100'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팀은 원더걸스다. 이들은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차지했다.

2012년 세계적으로 히트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마룬5에 막혀 아쉽게도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다.

당시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 이 노래가 라디오 방송 점수 등에 가로막혀 1위를 따내지 못한 것을 두고 폐쇄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빌보드는 유튜브 조회 수를 순위 집계 기준에 추가했다.

이는 후일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뮤직비디오 조회 수를 자랑하는 숱한 K팝 후배들이 빌보드 싱글 차트를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싸이는 올해 4월 정규 9집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이 사건을 회고하며 "'강남스타일' 이후 빌보드에서 라디오 방송 횟수 비중을 줄이고 유튜브 비중을 늘렸는데, 여기에 일정 부분 내가 역할을 했다는 점이 뿌듯하다"며 "실제로 방탄소년단도 내게 고맙다고 여러 차례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이후 이듬해 '젠틀맨'으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DNA'(67위)로 '핫 100'에 처음 입성하며 앨범뿐만 아니라 싱글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8년 '페이크 러브'가 10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 성적을 거뒀다.

2019년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에 이어 2020년 '온'(4위)으로 계단식 성장을 보여준 뒤 같은 해 '다이너마이트' 1위로 '축포'를 터뜨렸다.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달성한 '핫 100' 1위는 K팝 최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기록이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에 이르기까지 총 6곡을 '핫 100' 1위에 올려놨다.

이 가운데 지난해 여름을 강타한 '버터'는 K팝으로 '핫 100' 10주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들어서는 베니 블랑코·스눕독과 협업한 '배드 디시전스'를 10위에 올렸고, '프루프' 타이틀곡 '옛 투 컴'으로 13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첫 정식 솔로곡으로 관심을 모은 제이홉의 '모어'는 82위였다.

블랙핑크는 2019년 '킬 디스 러브'(41위)로 국내 걸그룹 최초로 '핫 100'을 밟은 뒤 2020년 발표한 두 곡인 '사워 캔디'와 '하우 유 라이크 댓'을 각각 33위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로제 '온 더 그라운드' 70위, 리사 '라리사'·'머니' 각각 84위·90위를 기록하는 등 솔로로도 '핫 100'에서 선전했다. 올해 정규 2집 선공개곡 '핑크 베놈'은 22위였다.

이 밖에 지난해 트와이스는 첫 영어 싱글 '더 필스'로 83위를 기록했고, '원조 빌보드 스타' 싸이는 올해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협업한 '댓댓'으로 '핫 100'에 7년 만에 80위로 진입하는 기쁨을 누렸다. 



걸그룹 블랙핑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K팝 견제?' 문턱 높이는 빌보드…대중성 확장 과제

이처럼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K팝 가수들이 커다란 활약을 펼친 가운데 공교롭게도 순위 기준이 K팝 가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됐다.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이 K팝 가수들의 잇따른 도전을 의식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빌보드는 올해부터 '핫 100'에서 한주에 다운로드 1건만 인정하고, 2건 이상의 중복 다운로드는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한 주에 4건의 다운로드까지 집계에 포함됐다.

빌보드 측은 이번 조치를 두고 특별한 배경이나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K팝 가수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스트리밍이 주를 이루는 미국 현지 아티스트와 달리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K팝 아티스트는 다운로드에서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규정이 변경된 올해 들어서는 '핫 100' 1위를 달성한 K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빌보드는 이 밖에도 한국 기준으로 매주 월요일(앨범)과 화요일(싱글) 오전 송고하는 차트 예고 기사에서 K팝 가수의 성적에 대해서는 유독 마케팅적 측면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K팝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블랙핑크의 2집을 두고서는 "이 음반은 포토카드, 엽서, 스티커 등 무작위 요소와 앨범 속지가 세트로 구성된 총 17종의 수집 가능한 패키지로 구성됐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또 "블랙핑크 2집의 '디지팩'과 '박스 세트 에디션'은 처음에 각각 26달러(약 3만7천원)와 50달러(약 7만1천원)에 판매됐지만, 발매 첫 주 도중에 14.99달러(약 2만1천원)로 가격이 낮아졌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친절한' 설명은 K팝 가수가 아닌 미국 현지 아티스트에게는 드물다는 점에서 미국 주류 시장이 K팝을 바라보는 시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한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실력 있는 학생은 시험 방식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는 이에 K팝이 과거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미국 주류 음악 시장을 열어젖혔다면, 이제는 팬덤을 넘어서 일반 대중으로까지 그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랙핑크는 '빌보드 200' 정상을 찍은 이번 2집에서 가사 가운데 상당 부분을 영어로 채워 글로벌 청자들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빌보드는 "올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찍은 다른 두 K팝 앨범이 대부분 한국어로 돼 있는 것과 달리 '본 핑크'는 앨범 대부분이 영어로 돼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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