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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 성과 요구 말고 자유 줘야" 허준이 필즈상 계기로 지적

연합뉴스 입력 07.06.2022 08:30 AM 조회 223
최재경 고등과학원장 '조급하게 빨리 푸는 시험' 제도 비판
김영훈 서울대 교수 "자신만의 호기심 추구 격려해야"
허준이 교수, '수학계 노벨상' 필즈상 수상…한국계 최초(CG) [연합뉴스TV 제공]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기초과학에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학풍 속에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게끔 독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최재경 고등과학원 원장과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기념 기자 브리핑'에서 허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한국 수학 교육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 교수는 허준이 교수의 석사과정 지도교수다.

최 원장은 "필즈상 수상은 허 교수에게 영광이고 고등과학원에는 경사이며 우리 대한민국엔 축복"이라며 "한국 과학기술이 모방 단계에서 창조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사에서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유익했던 위대한 발견은 유용성을 추구하다 얻은 게 아니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다 뜻밖에 얻게된 것"이라며 "기초과학은 수십년, 수백년 후 어떻게 될지 모른 채 단순히 호기심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필즈상 받을 정도의 최상층의 업적은 오늘 내일이 아닌 100년 후를 생각해야 한다"며 "대학에서 큰 프로젝트나 연구비를 추구하기보다 자신만의 호기심을 추구하는 걸 격려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 노벨상도 빨리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의 필즈상'이나 (중고등학생 국가대표들이 참여하는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 등에 연연하지 않고 내실을 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올림피아드 성적이 좋으니까 혹자는 제2의 필즈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데, 그런 기대는 성급한 기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수학 시험은 하루에 기껏해야 한두시간을 주고 빨리 푸는 방식"이라며 "빨리 푸는 실력만 측정하고 한 방향으로만 매진해서 달리는 교육밖에 못하게 됐다"고 현행 교육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너무 조급하게 빨리 푸는 시험제도에 대한 보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원장은 허 교수가 필즈상을 받은 배경에는 제도권 교육을 강요하지 않은 부모님이 있다며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허 교수가 인문학적 소양을 토대로 수학에서의 성과를 이뤘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 원장은 5년 전쯤 고등과학원에서 직원 상대로 연 시·소설 낭독 강좌에 허 교수가 찾아와 수강한 뒤 당일 밤에 이메일로 감상문을 보냈던 일화를 소개했다.

최 원장은 "이 글 자체가 거의 시적이었다"며 "용어도 괜찮았고 문장도 맛깔나 시적 재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언어를 꿰어서 만든 아름다움이고 수학은 물리를 엮어서 만든 아름다움"이라며 "이 비슷한 아름다움을 왔다갔다 한 게 허 교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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