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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술집서 팁 안준 손님 기억해둔 바텐더…방화범 꼬리 잡았다

연합뉴스 입력 01.13.2022 09:42 AM 조회 1,766
키웨스트 관광객, 방화 직전 들렀던 술집서 미운털 각인…범행 들통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미 국토 최남단 표지석


새해 첫날 미국 관광지 키웨스트가 발칵 뒤집혔다. 지역의 상징인 '최남단 표지석'이 누군가의 장난에 불타 검게 그을린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즉각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범인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공개된 영상에는 반바지를 입은 백인 남성 2명이 표지석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어디선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해와 표지석 앞에서 불을 붙인 것이었다. 방화범들은 이 불을 배경으로 셀카까지 찍어댔다.

이들은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었는데도 신원 파악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용카드 결제 기록을 근거로 텍사스·플로리다 출신 21∼22세 남성으로 신원을 특정하고 재물손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방화범들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 파악에는 지역 주점의 바텐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점은 범인이 범행 직전 들른 곳이었다.

범인들은 이 주점에서 3차례나 음료를 주문하고도 단 한 번도 팁을 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팁을 받지 못한 바텐더가 '미운 손님'의 얼굴을 가슴 깊이 기억해뒀는데, 마침 범행 동영상에 이들이 출연해 즉각 신고한 것이다.

이 주점의 점장은 "평범한 팁은 다 기억하지 못할 수 있어도 아주 후하거나, 아예 안 주는 손님은 기억에 더 남는다"며 "바텐더가 그날 응대한 수많은 손님 중에서 팁을 안 준 손님은 그 사람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점·음식점 등에서는 웨이터·바텐더 등에게 음식값과 별도로 15∼20%의 팁을 얹어 주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관광지인 키웨스트 지역은 물가가 비싼 편이지만 대부분 주민이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면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 주민에게 팁은 단순한 부수입이 아니라 생계 문제다.

키웨스트의 테리 존슨 시장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에서) 팁을 내는 것은 어디서나 중요한 문제지만, 이 동네에선 특히 더 그렇다"며 "관광객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키웨스트의) 서비스산업 노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20t 크기의 이 표지석은 현재는 모두 복구됐다. 비용은 5천300달러(약 630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 표지석은 지난 2017년 허리케인 어마 공격에 칠이 벗겨지는 손상을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군가가 고의로 파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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