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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타고, 초음파 타고…씨앗·박테리아서 영감 초소형 장치

연합뉴스 입력 09.23.2021 10:51 AM 수정 09.23.2021 10:52 AM 조회 509
모래알갱이 크기 초소형 비행체·세포 크기 유영 로봇 개발
개미 크기와 비교한 초소형 비행체[Northwestern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람을 타고 퍼지는 식물의 씨앗이나 박테리아와 정자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은 초소형 장치들이 잇따라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늘에서, 인체 내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 바람 타고 공중 체류 무동력 초소형 비행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생체전자공학자 존 로저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모래알 크기의 초소형 비행체를 개발했다.

모터나 엔진 등 동력장치를 갖고 있지는 않고 바람을 타고 움직인다. 단풍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흩어져 종자를 퍼뜨리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바람을 타고 퍼지는 식물의 씨앗은 크게 민들레 씨앗과 같은 낙하산형부터 글라이더형(자바 오이), 헬리콥터형(오리건 단풍나무), 날개형(오동나무) 등 네 종류로 분류된다고 한다.

연구팀은 우선 헬리콥터형과 날개형 씨앗의 비산 방식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1㎜ 이하의 마이크로 비행체와 이보다 큰 매크로 비행체를 다양하게 만들고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풍동(wind tunnel) 실험을 통해 비행체의 지름과 날개 형태, 구조 등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먼지측정 회로 장착한 초소형 비행체[Northwestern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헬리콥터와 날개형 씨앗에서 보이는 회전 현상이 비행체의 안정성과 비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이를 최적화해 공중에서 떨어뜨렸을 때 날개가 공기와 상호작용하며 안정적이고 느린 회전 동작을 만들어 최대한 널리 퍼지고 공중에 오래 머무는 초소형 비행체를 개발했다. 이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비행체 중 가장 작은 것으로 대기 중 입자를 감지할 수 있는 회로 등과 같은 간단한 전자장치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23일자)에 실렸다.

코넬대학 조교수 엘리자베스 헬블링 박사는 논문과 같이 실린 논평에서 "이 장치가 역동적인 환경감시 센서나 무선통신 노드(연결포인트) 또는 사물인터넷으로 불리는 인터넷과 연결된 장치 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면서 낙하산형과 글라이더형 씨앗이 바람에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 결과만으로도 비행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했다.

◇ 초음파 진동으로 움직이는 세포 크기 로봇 

 

세포 크기 유영 로봇 전자현미경 이미지[Cornell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코넬대학교 생물·환경공학 교수 우밍밍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음파로 동력을 주고 통제할 수 있는 세포 크기의 초소형 유영 로봇을 만든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화학학회 간행물인 '랩 온어 칩'(Lab on a Chip)에 발표했다.

박테리아와 정자에서 영감을 얻은 이 로봇은 정상세포에는 해를 주지 않는 '미사일요법'(targeted drug delivery)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 박사팀은 혈관을 타고 인체 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초소형 유영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박테리아부터 암세포에 이르는 미생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를 10년 넘게 연구해왔다.

연구팀은 처음엔 편모를 이용해 움직이는 박테리아의 특성을 모방한 초소형 로봇을 만들었지만 동력을 얻는 것이 넘지 못할 장애물로 작용했다. 결국 덩치가 클 수밖에 없는 배터리 대신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진동수를 갖는 고출력 음파(초음파)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연구팀은 코넬 나노과학기술시설(CNF)과의 협업을 통해 삼각형으로 된 우주선 모양의 초소형 유영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은 뒷부분에 한 쌍의 구멍을 파놓았는데, 물을 거부하는 소수성(疏水性) 물질이어서 용액 속에 담그면 자동으로 작은 공기 방울이 형성되고 초음파변환기로 이를 조준하면 공기 방울이 진동하며 소용돌이를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앞선 연구에서 구멍 하나만 활용한 로봇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우 박사팀은 최초로 서로 다른 지름을 가진 두 개의 구멍을 만들고 초음파의 주파수를 조절해 로봇이 나아가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초음파로 움직이는 초소형 유영 로봇 혈관내 이동 상상도[CORNELL UNIVERSIT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 초소형 유영 로봇이 비슷한 크기의 적혈구 사이에서 움직이며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하려면 생체 호환성을 갖도록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또 많은 양의 로봇을 한꺼번에 보낼 때 일부 실패하는 로봇이 생기는 것에 대비해 생분해성 물질로 만드는 것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 교수는 "약물을 전달할 때 초소형 유영 로봇을 한꺼번에 여러대를 보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실패하는 로봇이 있어도 문제가 안 되며 이런 것이 자연의 방식"이라면서 "자연에서 이미 입증이 된 것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방식은 더 지속가능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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