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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크레이터에 대형 전파망원경 설치 개념 연구 "탄력"

연합뉴스 입력 05.10.2021 02:05 PM 조회 484
반사경 대신 철망 활용 연구 구체화…우주 암흑시대 장파장 전파 포착
달 뒷면 크레이터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상상도[Vladimir V ustyansk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달의 뒷면 크레이터에 초대형 전파망원경을 설치해 우주 초기 별조차 없던 암흑시대를 연구하겠다는 구상이 탄력을 받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초기 개념 연구인 '달 크레이터 전파망원경'(LCRT) 프로젝트가 최근 '혁신 첨단 개념'(NIAC) 프로그램 2단계로 진입하며 추가 연구를 위한 예산 50만 달러(5억5천730만 원)를 받아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이지만 정식 임무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LCRT는 빅뱅 이후 1세대 별이 출현하기까지 수억 년간 지속한 암흑시대에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던 방대한 수소 가스에서 나온 장파장 전파를 측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장파장 전파는 나중에 수소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1세대 별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 암흑물질의 본질까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지목돼 왔다.

지구에서는 대기 상층부의 전리층에서 이런 장파장 전파를 반사하고 다양한 인공 전파에 파묻혀 희미한 신호를 포착하기 어렵지만, 달의 뒷면은 전리층이 없고 지구 반대편이라 인공 전파도 도달하지 않아 초기 우주의 장파장 전파를 포착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는 점에서 LCRT가 출발했다.
 

달의 뒷면 크레이터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상상도[Vladimir V ustyansk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기 우주의 장파장 전파를 포착하려면 직경 약 3㎞ 크레이터 안에 1㎞ 크기로 접시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인 중국의 '톈안'(天眼)이 직경 500m, 케이블이 끊어지며 못 쓰게 된 아레시보전파관측소 망원경이 직경 305m의 구면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이런 전파망원경은 그릇처럼 우묵하게 패인 지형의 곡면을 수천개의 반사경으로 채워 접시 안테나를 만들고 그 위 중앙에 수신기를 달아 반사경에 부딪혀 되돌아 나오는 전파를 포착한다.

톈안이 지구에서는 가장 크지만 포착할 수 있는 장파장 전파가 4.3m 미만이어서 10m 이상인 장파장 전파를 포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JPL의 로봇공학자 사프타르시 반디오파드흐야이 박사가 이끄는 LCRT 프로젝트 연구팀은 지금까지 연구돼 온 전파망원경은 건설에 너무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복잡했던 점을 고려해 이를 최대한 단순화한 접근법을 마련했다.

달에 수천 개의 무거운 반사경을 가져가 설치하는 대신 가는 철사로 된 철망(wire mesh)으로 대체하고 로봇을 투입해 건설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럴 경우 우주선 한 대에는 철망, 다른 한 대에는 로봇을 싣고 가 수일에서 수주 만에 대형 전파망원경을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JPL에서 개발 중인 개념 로봇 '두악셀'(DuAxel)이 활용되는데, 차축이 각각 1개씩인 두 대의 로버가 서로 분리된 뒤 줄로 연결돼 하나는 크레이터 가장자리에서 고정대 역할을 하고 다른 하나는 크레이터를 옮겨 다니며 철망을 매다는 작업을 하게 된다. 
 

모하브 사막서 필드테스 중인 두악셀 로버일축형 로버가 고정대 역할을 하는 다른 로버에서 분리된 뒤 줄로 연결된 채 이동하고 있다. [NASA/JPL-Caltech/J.D. Gammel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NIAC 2단계 연구비를 활용해 크레이터에 설치할 전파망원경의 성능을 구체화하고 망원경 건설을 위한 다양한 접근법과 이 과정에서 당면하게 될 도전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전파망원경 반사경으로 활용할 철망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포물선 형태와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려면 철망이 강하면서도 유연해야 하며 한 번에 수송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영하 173도까지 떨어졌다가 127도까지 오르는 달 표면의 기온에도 뒤틀리거나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제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두악셀 로버를 완전 자동화할지 아니면 인간이 조정할지를 결정하고 전파망원경 건설을 위해 다른 기술이 필요한지 등도 파악해야 한다. 
 

달의 뒷면 크레이터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상상도[[Vladimir V ustyansk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달의 뒷면이 지금처럼 전파 '무풍지대'로 계속 남게 될는지도 검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LCRT 프로젝트 팀은 앞으로 2년간 이런 점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점을 검토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 다음 연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반디오파드흐야이 박사는 "이런 개념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지구 밖에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하는 데 있어 로봇 이용과 물자 배치 등의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사는 우주에 관한 획기적 발견을 할 수 있는 원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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