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입력폼

알츠하이머병 뉴런의 생사, 이런 기제로 결정된다

연합뉴스 입력 05.07.2021 11:13 AM 조회 361
ApoE 단백질·MHC -1 복합체, '폐기 대상' 분자 꼬리표 생성
새로운 '치료 표적' 기대…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논문
뇌 오르가노이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장기·조직).
신경줄기세포(녹색)와 전구세포(적색), 신경세포(백색) 등이 섞여 있다.
이런 뇌 오르가노이드는 인간 뇌의 초기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데 많이 쓰인다.
[스위스 취리히대 Daniel Gonzalez-Bohorquez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는 뇌의 뉴런(신경세포)이 서서히 퇴행하다 사멸해 점차 기억과 인지 능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뉴런이 이런 과정을 똑같이 따라가는 건 아니다.

뇌의 일부 영역에 존재하는 특정 유형의 뉴런이 이런 퇴행에 더 취약하고, 퇴행하는 뉴런 중에서도 결국 사멸하는 게 있는가 하면 살아남는 것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글래드스턴 연구소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 기제가 작동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건 ApoE(아포지질단백 E)와 MHC -1(주조직 적합성 복합체 클래스 1)이었다.

ApoE는 뉴런 내에서 면역 반응 물질을 제어했고, ApoE 수위가 높은 뉴런이 퇴행에 더 민감히 반응했다.

연구팀은 6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UCSF의 신경학 교수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후앙야둥(Yadong Huang) 박사는 "아포지질단백과 뉴런 사멸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건 처음"이라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후앙 교수의 연구실 전경[Michael Short/Gladstone Institutes / 재판매 및 DB 금지]
ApoE는 오래전부터 이 분야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ApoE는 2·3·4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중 4형(ApoE 4) 생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단핵 RNA 시퀀싱(single-nucleus RNA sequencing) 기술로 건강한 생쥐와 알츠하이머 생쥐의 뇌 조직을 비교 분석했다.

이는 하나의 세포 내에서 각기 다른 유전자의 발현 도와 RNA 전사 비율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또 중증도가 서로 다른 알츠하이머병 환자, 경증 인지 장애 환자 등의 뇌 조직 관련 데이터를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했다.

ApoE 유전자의 발현 도는 개별 뉴런에 따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같은 아류형(subtype)에 속한 뉴런들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됐다.

또 ApoE 유전자의 발현 도는 면역 반응 유전자의 발현과 깊은 상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특히 ApoE 유전자가 높은 수위로 발현하면 MHC -1 유전자가 켜진다는 것에 주목했다.

MHC -1은 뇌 발달 과정에서 과다한 시냅스(뉴런간 연접부) 제거에 관여하는 분자 경로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ApoE가 뉴런 내 MHC -1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면역계가 어느 뉴런을 식별해 제거할지 결정하는 걸 도울 거라는 추론이 가능했다.

ApoE와 MHC-1가 높은 수위로 발현하는 뉴런의 비율은, 신경 퇴행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등락했다.

ApoE가 유도하는 MHC -1의 발현과 뒤엉킨 타우 단백질 집합체 사이의 인과관계도 드러났다.

이렇게 변형된 타우 단백질의 뇌 조직 침적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이자 신경 퇴행의 유력한 예측 지표다. 
 

혈뇌 장벽에 침적된 아밀로이드ApoE 4 유전자형을 가진 생쥐의 뇌 혈뇌 장벽 혈관에 침적된 아밀로이드 단백질(녹색)
[MIT 피카우어 연구소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럼 이런 발견을 종합한 결론은 무엇일까?

후앙 박사는 "정상 ApoE는 일부 손상 뉴런의 MHC -1 유전자를 활성화해 '나를 집어삼켜'라는 신호를 생성하게 한다"라면서 "그런 다음 면역 세포가 파괴해야 할 세포에 이 신호로 표시를 남긴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렇게 손상 뉴런을 정상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 과잉 활성화해, 다수 뉴런의 진행성 결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에선 또 노화한 뇌가 특정 뉴런의 ApoE 양을 정상 수위 위로 밀어 올리는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APOE 4가 발현하는 뉴런은 특히 이런 스트레스 요인에 취약하다고 한다.

핵심은 뉴런에서 ApoE가 과도히 늘어나면 MHC -1이 강하게 발현하면서 해당 뉴런에 '파괴 대상' 표시가 붙는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뇌에 존재하는 같은 유형의 뉴런이라 해도 선택적으로 신경 퇴행이 이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poE 수위에 따라 파괴 딱지를 붙이는 MHC -1의 발현 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후앙 교수는 "알츠하이머병과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뉴런) 파괴 과정을 교란하는 새로운 치료 표적이 후속 연구에서 드러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어떤 뉴런은 살리고, 어떤 뉴런은 폐기할지를 결정하는 ApoE와 MHC-1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게 연구팀의 다음 목표다.
댓글 0
0/300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