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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3일)은 4.29 폭동 도화선 ‘로드니 킹 사건’ 30주년

주형석 기자 입력 03.03.2021 09:28 AM 조회 5,112
오늘(3월3일)은 4.29 폭동의 도화선이 됐던 이른바 ‘로드니 킹 사건’이 일어난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흑인 로드니 킹은 공사 현장 노동자로 실업자 상태에서 1991년 3월3일 LA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속도 위반으로 경찰에 의해 멈출 것을 지시받았지만 그대로 도주하다 LA의 Lake View Terrace Apartment 앞에서 차를 세웠고 LAPD 경찰관들의 명령에 의해 차량 밖으로 나왔다.

로드니 킹은 당시 강도로 유죄 평결을 받아 집행유예 상태였고 속도 위반으로 적발됐을 당시 음주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차량을 세우고 경찰 요구에 순순히 응했는데 경찰관들은 곤봉과 Teaser Gun, 발, 주먹 등으로 로드니 킹을 마구 때렸다.

저항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한 집단 린치였는데 이 때 Lake View Terrace Apartment에 거주하고 있었던 31살 배관공 조지 헐러데이가 소란스러운 자동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서 베란다로 나가 비디오 카메라로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을 찍었고 당시 새벽 0시가 넘은 한밤중에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영상속에 그 끔찍했던 장면들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같은 날 조지 헐러데이는 KTLA 5 방송에 제보한 후 그 영상을 넘겨줬고 KTLA 5이 최초로 TV 뉴스 시간에 영상과 함께 보도하면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 10여명 정도 되는 백인 경찰관들이 로드니 킹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중 4명이 무저항 상태였던 로드니 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끔찍한 장면이 찍혀 있었다.

로드니 킹은 얼마나 심하게 두드려 맞았는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고, 코뼈, 이빨 등도 부러졌고 뇌에도 영구적인 대미지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끔찍한 집단 폭행과 린치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경찰관들이 백인들이 다수였던 백인 배심원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결국 분노한 흑인들이 들고 일어나 1992년 4월29일 폭동이 일어났다.

그 때 5일 동안 계속되며 LA를 무법 지대로 만들었던 4.29 폭동은 54명의 사망과 2,400여명의 부상, 12,000여명 이상의 체포라는 결과를 낳았다.

새크라멘토가 고향이었던 로드니 킹 자신은 LA 4.29 폭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지난 2012년  6월17일 새벽 5시에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타살이나 구타의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Drowning, 단순 익사로 추정됐는데 로드니 킹은 ‘The Riot Within: My Journey from Rebellion to Redemption’, ‘폭동: 반항으로부터 구원까지 나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상태였다.

LA 한인사회가 4.29 폭동으로 치러야 했던 고통스러웠던 댓가에 비하면 로드니 킹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허무할 정도였다.

로드니 킹에게는 딸이 있는데 현재 37살의 로라 킹으로 아버지가 LAPD 경찰관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했을 때 7살이었고, LA 폭동이 일어났을 때는 8살의 어린 소녀에 불과했지만 2년 전인 지난 2019년 4월부터 이 세상의 흑인 아버지들을 기리는 이른바 ‘I AM A KING’ 장학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로라 킹은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Rodney King Foundation을 만들었다.

한편, 30년전 오늘 31살 배관공이 눈앞에서 벌어졌던 일을 자신의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서 방송국에 제보해 세상에 알린 것은 Citizen Journalism의 선구자적 행위로 오늘날 높게 평가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수 있고 그런 결과물들을 트위터나 유튜브 등에 올려서 세상에 알릴 수 있지만 1991년 3월3일에는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시대였는데 조지 헐러데이의 빠른 판단력과 올바른 시민의식 등으로 로드니 킹 사건이 묻히지 않고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었고 LA 역사를 영원히 새롭게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30년전 오늘 조지 헐러데이가 사용했던 Sony 비디오 카메라는 지난해(2020년) 7월에 경매가 225,000달러로 경매에 나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경매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헐러데이는 지난해(2020년) NY Times와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 60살이 됐지만 여전히 배관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언급했고 자신은 30년전 자신이 찍었던 로드니 킹 구타 영상을 제보하면서 방송국으로부터 어떤 금전적 보상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조지 헐러데이가 찍어서 방송국에 넘겨준 로드니 킹 구타 영상은 아직도 연방정부의 소유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헐러데이는 30년전에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 벌어지기 약 한 달 전에 Sony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했다고 NY Times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리고, 로드니 킹의 자동차와 경찰 차량들이 자신의 아파트 바로 앞에서 요란하게 굉음을 내면서 멈췄을 때 아내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고 거의 본능적으로 Sony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잡고 베란다로 갔다고 회상했다.

조지 헐러데이는 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새로운 카메라를 갖게되면 무엇이라도 기회만 되면 찍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자신은 무언가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런 결단이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꿨고 세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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