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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정치인 밥 돌 타계 소식에 워싱턴 정치권 애도 물결

주형석 기자 입력 12.06.2021 06:34 AM 조회 2,796
‘2차대전 영웅’과 ‘워싱턴 터줏대감’으로 79년간 국가에 봉사
최고 유머 감각 지녔던 정치인 평가, 여야 한계 넘는 초당정치 펼쳐
어제(12월5일) 98살 고령의 나이로  밥 돌 前 상원의원이 타계하면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이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한 이후에 밥 돌 前 상원의원은 9개월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밥 돌 前 상원의원의 유족이자 아내인 엘리자베스 돌 前 상원의원은 타계 소식을 발표하면서 “밥이 79년 동안 미국을 위해 충실히 봉사했다”고 고인이 된 남편을 기렸다.

1923년 캔자스 주에서 태어난 밥 돌 前 상원의원은 캔자스대학에서 육상·풋볼·농구 등을 했던 만능 스포츠맨 출신이었다.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나면 의사 길을 걷기로 했지만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인생의 행로가 달라졌다.

당시 수백만명의 미국 젊은이들처럼 20대 밥 돌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젊은 밥 돌이 배치받은 곳은 이탈리아 산악지역 전선이었는데 1945년 지원병을 요청하려고 무전기를 집어든 순간 오른편 뒤쪽 윗부분에서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척추와 오른팔을 관통하는 공격을 받았기 때문인데 박격포 탄이나 또는 기관총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밥 돌은 당시 들것에 실려서 산 아래 군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피격으로 인한 부상으로 심각한 장애를 입어 영구 불능이 된 오른팔과 최소한 기능만 하는 왼팔 때문에 수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39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결국 2차대전에서 입은 전쟁의 상처는 젊은 밥 돌을 정치인의 길로 안내했다.

1951년 캔자스 주의회 하원의원이 됐고 캔자스 러셀 카운티 검사를 거쳐 1961~1969년 사이 연방 하원의원을 역임한 밥 돌 의원은 1969년부터 1996년까지 캔자스 주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다.

특히, 밥 돌 상원의원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사회보장 개혁, 장애인 차별금지법 입법 등을 추진해 초당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협상력을 발휘했다.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밥 돌 상원의원은 북한의 핵을 포기하고,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할 때까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로 심각한 장애를 극복한 불굴의 정치인이면서도 밥 돌 상원의원은 종종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는 감각적인 유머와 위트로 대중의 사랑을 크게 받았는데 역대 미국 정치인 중에 유머 감각이 단연 최고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공화당 거물 정치인으로 자리잡은 밥 돌 상원의원은 여러 차례 대통령직에 도전했지만 대통령 선거와는 인연이 없었다.

밥 돌 상원의원은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나섰지만 지미 카터 대통령과 월터 먼데일 부통령에게 패해서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1980년과 1988년에는 공화당 내에서 막강한 후보들이었단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등에 밀려서 대통령 후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하며 대통령 선거에 나서지도 못했다.

1996년에는 상원의원직까지 내려놓고 배수진을 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올인하며 유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제 호황속에 재선 도전에 나선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밀리고 말았다.

밥 돌 상원의원은 1996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1996년 이후에는 참전용사와 전몰장병 추모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밥 돌 前 상원의원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를 지지했는데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후 부정선거를 주장하자 대선이 부정하게 치러졌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밥 돌 前 상원의원은 1997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과 2018년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훈장을 받았다.

밥 돌 전 상원의원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각계 각층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2021년) 들어 지난 2월 밥 돌 前 상원의원에게 병문안을 갔던 추억을 되살리며 “밥은 미국 역사에서 존경받을 만한 극소수 정치인”이라고 평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밥 돌 전 상원의원을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며 가장 위대한 세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 중 한명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 故 부시 前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밥 돌 前 상원의원이 편치 않은 몸으로 찾아와 경례를 하던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이제는 부시 일가 전체가 밥 돌 前 상원의원에게 경례를 한다고 말하며 고인을 기렸다.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은 타계한 밥 돌 전 상원의원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연방의회 의사당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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