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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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드라마를 꿈꾸는 당신, 꿈 깨세요!

글쓴이: sunwoo  |  등록일: 11.28.2016 23:36:06  |  조회수: 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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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후반의 A씨는 모처럼 마음에 드는 여성을 추천받고 만남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서로의 사진과 프로필을 보고 마음을 정한 후 문자만 몇 번 주고받다가 처음 통화를 한 것이다. 안부 인사를 몇 마디 주고받은 후 여성이 대뜸 물었다.

 

      “결혼이 급하세요?”

 

  A씨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서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눌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할 나이인 건 맞죠.”

 

  A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성의 얘기가 이어졌다.

 

      ‘나는 사실 결혼이 급하지는 않은데, 엄마 성화 때문에 맞선을 보는 거다.‘

      ‘그동안 맞선을 많이 봤는데, 괜찮은 남자가 없었다.‘

 

  A씨가 듣기에 여성의 얘기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일 맞선을 볼 남자와 나눌 얘기는 아니다 싶었지만, 여성이 격 없이 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끝까지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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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직접 만난 여성은 3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비해 앳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인상은 이렇게 밝은데, 왜 그런 어두운 얘기를 했을까?’ 싶어 의아했지만, 여성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던 A씨는 기분 좋게 그녀를 대했다. 가벼운 대화를 몇마디 주고 받은 후였다. 갑자기 여성의 얘기가 우울모드로 급변했다.

 

      ‘부모님이 보태주지 않아서 힘들게 공부했다.‘

      ‘아버지와 오빠랑은 사이가 별로 안좋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망했으면 좋겠다. 그럼 일 그만두고 여행 다닐텐데.‘

      ‘요즘은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하는 날이 많다. 사람들 만나기가 싫다.‘

      ‘난 생명을 소중하기 생각한다. 횟집 운영하는 남자를 소개받아 기분이 나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가 많다. 더 이상은 상처받기 싫다.‘

      ‘잘생긴 남자도 많이 만나봤는데, 다들 상처만 주고 떠났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거의 넋두리 수준이었다. 여성은 A씨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안하고 신세한탄 하듯이, 얘기를 하고 싶어 못 견디는 사람처럼 계속 말을 했다. 이렇게 2시간 30분을 보내고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성이란 헤어지면서 A씨는 정중하게 “오늘 만나서 즐거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여성에게 애프터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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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로 여성은 A씨에게 문자를 자주 보냈다. 안부도 묻고, 가볍게 지나가는 말투로 점심 메뉴를 묻는다거나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는 등의 일상적인 얘기도 했다. A씨는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지만,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이 없는 그로서는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러다가 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그날 제가 너무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서요.”

 

  그러다가 다시 넋두리 비슷한 얘기가 계속되었다. 그녀가 했던 많은 얘기의 결론은 지금은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남자를 만날 자신이 없다, 염치가 없어서 만나자는 말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얘기를 듣던 A씨는 이 정도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좋은 분 만나세요.”라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좋은 분 만나라고는 했지만, A씨가 보기에 어떤 남자도 그녀처럼 불안한 심리상태를 가진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은 안쓰러운 마음에 그녀의 얘기를 들어줬지만, ‘왜 맞선을 보러 나왔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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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의 사례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녀가 처음 본 남자에게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던 것은 A씨가 마음에 들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주변에 깊은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맞선을 봐야만 비로소 얘기를 나눌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녀의 외로움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가족이나 친구의 지지와 관심이지, 결혼으로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롭고 사람 만나기가 싫고, 인간관계에서 상처가 많다면 그 사람은 연애보다 마음의 치료가 더 필요하다.

 

  남녀관계는 타인과 타인이 만나는 것이고, 지극히 평범한 이성들끼리 만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단한 스토리가 나올 확률이 적다. 그 말은 상처받은 외로운 영혼이 이해심과 포용력 많은, 한마디로 완성형 인간을 만나 행복해지는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결혼으로 반전을 꿈꾸는 당신,

 

  “꿈 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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