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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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중매한 쇼핑중독녀, 결국은..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3.31.2016 03:50:57  |  조회수: 7575

3번 중매한 쇼핑중독녀, 결국은..

 

 

 

몇 년전 내가 중매한 한 여성이 찾아왔다. 이 업종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결혼해서 잘살 면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녀는 이혼했고, 재혼이 절실하다고 했다.

 

“알몸으로 쫓겨나기도 몇 번이나 했어요. 맞기도 했고요.”

 

“이유가 뭔가요?”

 

“제가 잘못을 좀 했지만, 남편이 심했죠.”

 

그녀의 눈물에 동점심이 생겼지만, 남편이 아이를 데려갔다는 말에 그녀가 이혼의 원인제공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남편은 공무원이고, 성실하고 성격이 원만한 사람는 것이리라. 그런 사람이 아내를 폭행하고, 내쫓았다니.

 

중매를 하면서 터득한 것은 가정사는 부부 양쪽의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만나서 차 한잔 하자고 했다. 몇 년 만에 만난 그는 예전보다 주름이 많이 늘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그 여자랑 이혼하고 좋아진 거예요. 같이 사는 동안은 지옥이었죠.”

 

알몸으로 쫓아냈다는 건 그녀의 과장이라고 했다. 속옷 차림으로 밤에 잠시 문 밖으로 밀어 낸 것이라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예뻤어요, 꿈이 이뤄진 것 같았죠.”

 

그렇게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는데, 결국은 정신까지 빼앗겼다는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그녀는 친구가 자기 신용카드로 수백만 원을 쓰고는 소식을 끊었다면서 그 돈을 못 갚아 카드회사에서 회사까지 찾아온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이자와 연체료까지 천만원 가까운 돈을 갚아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씀씀이가 컸지만, 남자가 쩨쩨하다는 말 듣기 싫어서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옷장을 열 때마다 못 보던 옷들이 있었지만, 매번 결혼 전에 입던 거다, 친구가 안 맞는다고 준 거라고 했다.

 

결혼 3년째 되던 어느 날, 월차를 내고 쉬고 있는데,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카드 연체 대금을 빨리 내라는 것이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카드 서너 개의 사용비용이 수백만원대였다. 아내를 추궁했더니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쇼핑에 집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카드 비용을 어떻게 갚았냐고 하니까 카드 돌려 막기도 하고, 약간의 사채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혼 후 전처소생 아들을 아껴주는 착하고 알뜰한 여자를 만나 재혼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쇼핑중독을 고쳐보겠다고 다짐했고, 내가 신중하게 찾은 재혼상대는 아주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의 사업가였다. 그 정도 남자면 그녀를 잘 파악하고 습관을 고쳐주면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제 과정에서 나는 그 남자에게 여러 차례 암시를 했다.

 

“그 분 다 좋은데요, 돈을 많이 벌어본 경험이 없어서 돈 관리 잘 못하고 경제관념이 없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돈 관리는 사장님이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들었고, 몇 년이 흘렀다. 그런데 그녀가 이혼을 하고 다시 나를 찾아왔다. 안 봐도 상황이 뻔해서 2번째 남편에게는 아예 확인 전화도 안 했다. 그녀는 신세 한탄을 하면서 나한테까지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그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봤다. 본인 외모에 자신이 있으니까 거듭되는 이혼에도 자꾸 나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 환상을 깨고 자신의 결함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녀는 또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솔직하고, 분명하게 얘기했다.

 

“00님은 이제 마흔이 목전입니다. 아직은 피부도 좋고, 인상도 유지하고 있지만, 여자가 마흔이 넘으면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에 부딪힙니다.

특히 00님처럼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으면 한계 수명이 고작해야 2~3년입니다. 이제 정신 안 차리면 정말 큰일 납니다.

00님이 노력 안 하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축 안 하면 인생 비참해 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여동생 같아서 정말 큰 맘 먹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지리산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한 남성 얘기를 꺼냈다. 먹고 사는 것도 걱정 없고, 무엇보다 사회와 떨어져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답답해서 어떻게 그런 데서 살아요? 귀향살이 같아서.”

“도회지 생활 다 잊고 거기 가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인생이 편안할 수 있습니다.”

 

본인 의지로 쇼핑중독을 고칠 수 없다면 환경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내 어조가 확고하게 들렸는지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던 그녀는 그 후로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아마 어디선가 소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신 못 차리고 어떤 비참한 모습이 될 지, 그런 그녀와 만나는 상상을 가끔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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