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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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킹카, 술 석잔 주기 싫어서 안면몰수한 사연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3.21.2016 00:01:38  |  조회수: 5682

잘 나가는 킹카, 술 석잔 주기 싫어서 안면몰수한 사연

 

 

길을 가다가 도로변의 모증권사 간판을 볼 때마다 불쾌한 기억 때문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25년간 중매쟁이를 하면서 2만9천명을 결혼시켰고, 만남 사람만 해도 10만명이 넘는다. 그

 

중에는 좋은 기억도 있는 반면 안좋은 기억도 적지 않다.

 

안 좋은 기억의 대부분은 돈을 떠나서 처신의 문제로 인해서다.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 적나라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중매인과 고객으로 만나는 것 또한 인간관계이고, 결과가 좋건, 안좋건 잘 마무리하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이다. 하지만 품격이 떨어지는 뒷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남성도 그랬다. 첫 등장은 멋있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키 크고 잘생긴 전문직 남성은 어떤 여성이 봐도 호감을 느낄만했다. 그를 소개하면서 상대방에게 당당했다. 

 

그 렇게 그는 중매현장에서 거물 대접을 받았고, 회비를 받는 것도 뭐해서 결혼이 성사되면 보상을 받기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가 돈 한푼 안내고도, 어떤 이유도 대지 않고 내가 주선한 맞선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그럴 요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을 소개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의 스팩과 외모를 마음에 들어했다. 그런데 얼마 후 안좋은 소문을 접했다면서 그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소문이라면 어떤?”

 

    “바람둥이라던데요. 그리고 성격도 안좋고..”

 

    “말 그대로 소문 아닐까요?”

 

    “대표님. 이 바닥이 좁다면 좁아요. 제 친구에 친구가 그 남자를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현명한 여성이었다, 조건이 좋은 상대라면 본인이 직접 만나 확인해본다는 생각에 일단은 만나보려는 욕심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경계를 한 것이다.

 

안들으니만 못하다고 그녀의 말을 듣고 나도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소문만 믿고 판단할 수는 없었기에 계속 소개를 진행했다.

 

다음에는 모방송사 아나운서를 소개했다. 그녀 본인도 재원이지만, 명문가 출신 부모님, 아버지는 의사인 좋은 가정환경이었다.

 

서로에게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고, 남녀는 좋은 감정으로 몇 번의 만남을 가졌다. 짝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을 잊었을 무렵이었다. 여성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 어떤 사람인가요?”

 

    “아버님, 무슴 말씀이신지..”

 

    “성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들었고, 딸애도 좋은 감정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알고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뭐 걱정되시는 게 있나요?”

 

    “결혼 얘기가 슬슬 나오니까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생기네요.”

 

    “당연합니다. 뭐든 말씀해보세요.”

 

아 버님이 보기에 그 남성은 낭비벽이 있고, 허황된 것 같다는 것이다. 한 예로 외제차를 두세대 갖고 있는 것 같더라면서 자기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돈 좀 번다고 그런 식으로 쓰느냐는 것이다. 딸의 행복한 결혼을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고, 걱정하실 만했다. 나는 공감하면서도 두 사람을 믿고 지켜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솔직히 두 사람이 맺어져서 그가 약속한 성과금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은 나를 믿고, 딸의 판단을 믿어보겠다고 했다.

 

얼마 후 소식이 궁금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뭐,, 그럭저럭..”하는 식으로 얼어무린다. 그녀랑 잘되고 있는 눈치인데, 분명하게 말을 안하는 것이다. 성과금을 안주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것 같았다.

 

“나 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선언을 하듯 가끔 전화를 걸었는데, 그때마다 “지금 바쁩니다.”, “외근 중입니다..”, 결국은 “결혼하면 연락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누가 이기느냐는 식의 줄다리기 같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받기로 한 것 받고, 주기로 한 것 주는 약속 이행의 문제이다.

 

돈도 돈이지만, 인생 중대사인 결혼을 위해 중매를 의뢰하면서 “잘되면 얼마인들 못주겠냐?”는 식으로 매달리다가 잘되니까 나를 빚쟁이 취급하면서 안면몰수 하는 걸 보면서 내가 좋은 생각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암묵적인 합의도 엄연히 약속이고, 신의성실로 중매를 선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못내 씁쓸함이 밀려온다. 이런 것이 이 일을 하는 애환인 것 같아서 하소연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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