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파이리츠 한국인 타자 박효준이 10일(미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MLB 첫 홈런을 친 뒤,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인터뷰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박효준(25·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아직 내가 완전한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박효준의 '빅리그 이력'에 홈런 기록이 새겨졌다.
'완전한 빅리거'가 되는 길에 또 한 걸음 내디뎠다는 의미다.
박효준은 10일(미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0-2로 뒤진 상황, 박효준은 4회 선두 타자로 등장해 세인트루이스 좌완 선발 J.A. 햅의 시속 146㎞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을 넘겼다. 타구는 시속 158㎞ 속도로, 116m를 날아갔다.
메이저리그 9경기 30번째 타석에서 나온 박효준의 첫 홈런이었다. 박효준은 한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친 13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햅은 이날 6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빅리그 동판 129승(98패)째를 거뒀다.
박효준은 이날 피츠버그에서 유일하게 안타를 친 선수였다.
팀이 1-4로 패하긴 했지만, 베테랑 좌완을 상대로 빅리그 첫 홈런을 친 박효준은 반짝반짝 빛났다.
경기 뒤 화상 인터뷰에서 박효준은 "햅이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좋은 투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매 타석에 집중하고자 했다"며 "(4회에) 마침내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효준이 좌투수가 선발 등판한 날, 선발 라인업에 든 건 이날이 처음이다.
박효준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좌투수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며 "구단에서 햅에 관한 정보를 줬고, 나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4회 심판이 '홈런 사인'을 보내기 전까지, 전력으로 뛰었다.
박효준은 "훈련 때 홈런 타구를 치긴 했지만, 실전과 훈련은 다르다"며 "홈런과 인플라이 타구 확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했다"고 '전력 질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박효준이 유일하게 아쉬워한 건, 팀 패배였다.
박효준은 "팀이 승리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팀이 패해서 기쁨을 나눌 시간이 많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박효준은 빅리그 9경기, 30타석 만에 홈런을 쳤다.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지만, 이제는 야수진의 움직임도 보인다.
6회말 1사 1루에서 박효준은 세인트루이스 3루수 놀런 에러나도의 움직임을 보며 기습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효준은 "에러나도가 깊은 위치에서 수비해, 기습 번트를 시도했는데 타구가 너무 빨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타구는 희생 번트로 기록됐다.
야탑고 3학년이던 2014년 7월 계약금 116만달러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박효준은 2015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박효준은 7월 17일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전을 치러 한국인 역대 25번째 빅리거가 됐다.
7월 27일에는 '기회의 땅' 피츠버그로 이적했고, 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메이저리그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첫 안타까지 쳐냈다.
11일에는 빅리그 첫 홈런을 쳤다.
'리빌딩'으로 남은 2021시즌 팀 방향을 정한 피츠버그는 박효준을 내외야 여러 포지션에 내보내고 있다.
중견수, 우익수, 좌익수, 유격수로 출전했던 박효준은 이날 빅리그에서 처음으로 2루수 자리에 섰다.
박효준은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자리에도 설 수 있다"며 '멀티 포지션 소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메이저리그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금도 쉬운 일은 없다"며 "나는 아직 완전한 메이저리거는 아니다. 천천히 녹아들고 있다.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모든 게 조심스러운 신인이지만, 박효준은 '실력'으로 빅리그에 뿌리내리고 있다.
박효준은 빅리그에서 9경기 타율 0.310(29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7을 올렸다. '빅리그 유망주'로 불리기에 손색없는 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