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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약물의 그늘'에 갇힌 홈런왕 본즈·에이스 클레먼스

등록일: 01.26.2022 15:26:07  |  조회수: 390
2011년 불법 약물 복용 관련 위증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배리 본즈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명예의 전당 투표권을 행사한 회원들은 홈런왕 배리 본즈(58), 에이스 로저 클레먼스(60)의 미국프로야구(MLB) 명예의 전당 마지막 입회 기회마저 외면했다.

MLB 네트워크가 25일(미국시간) 공개한 2022년 BBWAA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 본즈와 클레먼스의 득표율은 각각 66%, 65.2%로 입회 기준 득표율(75%)에 못 미쳤다.

BBWAA 회원들의 투표로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마지막 10번째 찬스에서도 좌절한 둘은 이제 명예의 전당 베테랑 위원회의 입회 심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통산 홈런 762개를 쳐 이 부문 1위를 질주하는 본즈는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7차례 뽑힌 독보적인 강타자다.

클레먼스 역시 사이영상을 7번 받고 통산 354승, 탈삼진 4천672개를 남긴 대투수다.

기록으로만 보면, 본즈와 클레먼스는 은퇴 5년 후 첫 번째로 입회 자격을 얻는 BBWAA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무조건 뽑히고도 남을만한 위업을 세웠다.

그러나 현역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금지 약물 복용에 둘은 발목이 잡혔다.

올해 유일한 명예의 전당 입회자로 뽑힌 데이비드 오티스(47)도 불법 약물 복용자다.

그런데도 BBWAA는 처음 명예의 전당에 도전한 오티스에게 77.9%의 득표율을 안겼다.

본즈와 클레먼스가 연루된 약물의 그늘이 워낙 짙고 상대적으로 오티스의 이름은 둘에 가려진 영향이 크다.

미국 언론을 종합하면, BBWAA 회원들 과반은 본즈와 클레먼스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예로운 득표율 75%는 선물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MLB는 불법 약물의 암흑기를 거쳤다.

2003년 미국 제약회사인 베이에어리어연구소(BALCO·발코)의 스캔들이 빅리그를 강타했다. 이 제약 회사가 공급한 스테로이드 계열의 불법 약물인 경기력향상물질(PED)을 복용한 선수로 본즈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어두운 약물 터널의 시작이었다.

호세 칸세코가 빅리그에 만연한 약물 복용 세태를 자서전에서 폭로한 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빅리그 간판 거포들이 줄줄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섰다.

전직 상원의원 조지 미첼이 이끄는 위원회는 20개월 동안 독립 조사를 거쳐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 금지 약물을 구매한 선수의 명단을 당시 버드 셀리그 MLB 커미셔너에게 제출했다.

2007년 12월에 공개된 미첼 보고서에서 경기력향상물질을 복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선수 14명에 본즈와 클레먼스가 포함됐다. 당대 빅리그 투타 영웅에게 치명상을 안긴 직격탄이었다.

맥과이어, 소사, 본즈가 다툰 세기의 홈런 경쟁과 '로켓맨' 클레먼스의 광속구에 열광하던 전 세계 MLB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프로 스포츠보다 약물 정책을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와 합의로 공동 약물 예방 치료프로그램을 2006년에야 도입해 약물과 전쟁에 나섰다.

결국 약물 암흑기의 변곡점은 2003년, 2007년이었다. 이로써 빅리그의 명예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발코 추문과 미첼 리포트에 거명된 본즈와 클레먼스가 명예를 회복할 길은 사실상 차단됐다.

이에 반해 오티스는 MLB 사무국이 본격적인 약물 추문 시대에 접어들기 직전인 2003년 비공개로 진행한 약물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오티스는 이를 사과하면서도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될 만한 물질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름은 이후 발코 스캔들과 미첼 보고서에 등장하진 않았다.

BBWAA 회원들은 본즈와 클레먼스에게 명예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약물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둘의 명예의 전당 입회를 둘러싸고 수년간 BBWAA 회원들끼리 벌인 세대 투표 논쟁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