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 전직 미국프로야구 선수가 동성애자에 대한 주변의 혐오 발언으로 야구를 그만뒀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18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걸프 코스트 리그(루키 리그) 소속이던 투수 타일러 더닝턴(24)의 사연을 소개했다.
동성애자(게이)인 더닝턴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동료들의 계속되는 동성애 혐오 발언에 마음의 상처를 받아 2014시즌을 끝으로 야구계를 떠났다.
더닝턴은 아웃스포츠닷컴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런 얘기를 못 들은 체했지만 결국 내 대인 관계와 야구 실력, 더 나아가 삶의 행복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동료는 물론이고 코치들도 '게이를 죽이겠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에 칼이 꽂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보도를 접한 세인트루이스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발칵 뒤집혔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즉각 성명을 내 "매우 실망스럽다"며 "모든 선수와 코치, 직원은 (성 정체성 등과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관계자, 은퇴 후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린 빌리 빈(52) 등과 함께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등을 파헤칠 계획이다.
빈은 "모든 프로 선수는 성적 소수자를 향한 경멸 발언을 들어보았을 것"이라며 "(동성애자) 선수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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