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과 함께 추신수
16일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추신수(왼쪽)가 '절친'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와 그의 성공에 기뻐하는 우리나라 국민과의 연관성을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 중 하나인 한(恨)에서 찾은 미국 현지 기사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일간지 댈러스 모닝 뉴스의 베테랑 제리 프레일리 기자는 16일 '추신수가 어떻게 또다시 한국의 영웅이 되었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민에겐 생소한 '한'의 정서를 언급했다.
신문은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 우승의 주역으로 시애틀 구단과 계약해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추신수의 이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2010년엔 추신수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의 금메달을 이끌며 병역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코리안 빅리거로는 세 번째이자 한국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전을 앞뒀다고 덧붙였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나선 추신수는 "어린이들이 올스타전을 지켜본다면 내가 그들에게 올바른 본보기를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 야구 유망주가 당신을 롤 모델로 삼아 당신이 밟은 길을 그대로 따라가길 희망한다면'이라는 물음에 추신수는 "그런 얘기를 듣는다면 무척 기분 좋고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프레일리 기자는 추신수의 올스타전 출전이 한국에 갖는 중요한 의미를 설명하고자 '한' 이론을 끄집었다.
그는 '한'을 옳지 못한 과거 여러 사례에서 느끼는 애통함과 그에 앞서 겪은 더욱 어려운 곤경에서 체화한 체념의 복합물로서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한 신드롬이라고 규정했다.
사회학자들은 일제 침략을 비롯해 한국이 그간 역사에서 여러 차례 침탈당한 사례에서 한이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는 설명도 프레일리 기자는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 미드(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에서 나온 한과 관련한 대사도 등장했다.
드라마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분한 배우 마틴 신은 2003년 에피소드에서 "한국에는 '한'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전을 찾아봤지만 적절한 영어 번역어가 없었다"면서 "영혼의 상태, 슬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깊은 슬픔.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으로 한을 묘사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프레일리 기자는 빅리그에서 성공을 거둬 한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자국민에게 기쁨을 줘 한을 풀게 한 추신수가 또 한국의 영웅이 됐다고 평했다.
주휴스턴 한국총영사관 댈러스 출장소의 이상수 출장소장은 "추신수는 한국과 (텍사스 레인저스의 연고 도시) 댈러스를 잇는 다리이자 자랑스러운 연결 고리"라면서 민간 외교사절로서도 큰일을 해내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추신수는 '한'이란 정서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면서도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건 우리나라, 나 자신과 가족에게 큰 영광"이라면서 "18세에 미국에 왔을 때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올스타전을 치르기를 기대한다"며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추신수의 존재감은 우리 모두 보다 훨씬 크다"며 "전반기에 그가 이룬 것을 지켜봤고, 그를 올스타전에서 보게 돼 기대된다. 그저 추신수를 존경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