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멈춰있던 운명의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LA다저스)의 빅리그 복귀 일정이 확정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말을 빌려 “류현진이 16일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로버츠 감독은 2번의 재활 등판을 한 류현진이 더 이상의 재활 등판 없이 다음주 중으로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날 선발 복귀 일정을 확정해 발표했다.
계획대로 류현진이 16일 마운드에 오른다면 105일 만의 등판이 된다. 올시즌 6경기에서 29.2이닝을 던지며 3승, 방어율 2.12를 기록하며 순항하던 류현진은 지난 5월 애리조나 원정 경기 도중 왼쪽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조기 강판된 뒤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예상보다 재활 기간이 오래 소요됐고, 3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지난 3일 싱글A 경기에서 4이닝 2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한 데 이어 8일 트리플A 경기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복귀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류현진이 전력에서 이탈한 동안 다저스 마운드는 큰 변화를 겪었다. 류현진이 빠질 당시 무너져 있던 선발 로테이션은 팀의 반등과 함께 안정을 찾으며 포화상태가 됐다. 클레이턴 커쇼, 리치 힐, 워커 뷸러, 마에다 겐타, 로스 스트리플링 등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때문에 류현진이 복귀하더라도 선발로 돌아올지는 미지수였다. 과거 불펜에서 뛰었던 경험도 있어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한 나비효과다. 잰슨이 최근 갑작스러운 심장이상 증세로 빠지면서 불펜이 헐거워졌고,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투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친 마에다와 풍부한 불펜 경험이 있는 스트리플링을 불펜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연스레 선발 2자리가 비었고, 그 자리를 류현진과 알렉스 우드가 채우게 됐다. 로버츠 감독은 “마에다와 스트리플링은 불펜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부상자들의 복귀로 인해 헌신이 필요한 상황이 됐고 마에다와 스트리플링은 팀을 위해 기꺼이 불펜행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선발로 복귀하게 됐지만 보장된 자리는 아니다. 복귀 후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 다른 선발 자원에게 자리를 내줄 수 있다. 다저스 선발 자원은 포화상태다. 굳이 부진한 투수를 계속 기용할 이유가 없다.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불펜에 가 있는 마에다나 스트리플링이 류현진과 자리를 맞바꿀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한 류현진은 올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맺은 6년 계약이 만료된다. 향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서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해 남은 시즌 활약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모로 복귀 후 좋은 성적표가 필요한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복귀전 상대는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다. 13일 현재 지구 4위로 처져있다. 류현진은 올시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경기에 나서 5.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좋았던 기억을 복귀전에서 되살린다면 라이벌 팀을 상대로 화려한 복귀신고를 할 수 있다. 류현진에겐 최적의 복귀전 상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