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 해설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일성(67)씨가 8일 서울 송파구의 자신 사무실에
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지만 부인에게 휴대폰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작성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자살로 추정되고 있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친근감 넘치는 입담으로 국내 최고의 야구 해설가로 활약해온
하씨의 급작스런 부고에 야구계와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야구해설가 출신으로 방송계,
예능계를 누비고, KBO 사무총장의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하씨는 최근 힘든 사건
에 잇달아 직면했다.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
면 하씨는 지난 2014년 4월 초 지인으로부터 "아는 사람의 아들을 프로야구단 감독에게
부탁해 입단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청탁이 아닌
그냥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지난 7월 부산지검은 사기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부인에게 '사기 혐의 피소가
억울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고인은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명 해설가로 수 많은 어록을 남기며 야구인기를 끌어올리
는데 큰 기여를 했다. 구수한 입담과 대중성을 발판으로 이후 방송과 연예쪽에도 발을 넓
혀 인기를 모았다. 병마를 이기고 KBO 사무총장으로 부임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
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