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트 대통령 응시하는 호세 알투베 [UPI=연합뉴스]
트럼프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다"고 농담했으나 알투베는 내내 굳은 표정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를 제패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12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했다.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우승팀의 백악관 방문은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일부 스포츠팀과 선수들에게 기피 행사로 전락했다.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우승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몇몇 선수들은 우승 후 "백악관 초청을 거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휴스턴은 이날 카를로스 코레아, 카를로스 벨트란, 켄 자일스가 집안 문제 등을 사유로 불참했다. 불참한 선수들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선수는 베네수엘라 출신인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였다.
알투베는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에 서서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시종일관 차가운 표정으로 트럼프를 응시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돈이 없어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다고 말한 친구를 얼마 후에 쇼핑몰에서 만났을 때의 표정"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알투베를 가리켜 "놀라운 알투베"라고 소개한 뒤 뒤로 돌아 악수하며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 168㎝로 메이저리그 최단신인 알투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휴스턴의 참석자 모두가 웃었고, 알투베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이후로는 다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에 자신 주변에 있는 휴스턴 선수들과 한 명씩 악수했지만 알투베와는 악수하지 않았다.
'스포팅 뉴스'는 "휴스턴의 얼굴인 알투베는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행사 내내 텅 빈 표정으로 앞만 응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알투베가 왜 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원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한 베테랑 벨트란은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의 표시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지난해 9월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한 카리브 해 일대 국가를 폐허로 만든 허리케인 마리아 발발 당시 트럼프 정부의 대처를 공개로 비난했다.
벨트란은 "미국 자치령 주민으로서 큰 재해가 닥쳤을 때 미국민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MLB 휴스턴, 백악관 예방…트럼프 대통령에 17번 유니폼 선물 [로이터=연합뉴스]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백악관 방문 행사는 통상 다음 시즌 중 워싱턴 DC나 볼티모어 원정 때 진행되는데, 휴스턴은 올해 9월 말에 볼티모어 원정이 잡혀 있어 스프링캠프 휴식일에 백악관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꺾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휴스턴 구단과 선수들을 치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30분간 진행된 방문 행사에서 "경기장 안팎에서 진정한 챔피언이 된 휴스턴 구단과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건넨다"고 했다.
작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때문에 시름에 빠진 주민들이 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휴스턴 구단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점을 트럼프 대통령은 높이 샀다.
휴스턴 구단은 '휴스턴은 강하다'(Houston Strong)는 패치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팬들과 한마음으로 월드시리즈에 도전해 마침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외야수 조시 레딕은 등번호 17번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2017년 챔피언이라는 뜻에서 17번을 택했다고 한다.